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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ㆍ카프카가 사랑했던 유럽카페 5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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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카페가 한두 군데 있다는 건 마음에 위안이 된다. 명사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사르트르, 보부아르, 헤밍웨이, 피카소, 프로이트, 카프카는 매일 같이 카페에 붙어 지내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카페는 값싸게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고, 사색의 공간이자 작업실이었다. 때로는 동료들과 열띤 논쟁을 벌인 장소이기도 하다. 문학과 철학, 예술계 명사들이 즐겨 찾은 유럽의 카페들을 소개한다.
▦카페 플로리안 (베네치아,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있는 ‘카페 플로리안’은 1720년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다. 카페 플로리안은 베네치아라는 도시의 정신을 대표하는 장소 중 하나다. 단골 중엔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 많은데 루소, 니체, 하이네, 릴케, 디킨스와 화가 모네도 이 카페를 다녀갔다. 바람둥이의 대명사가 된 카사노바 백작도 플로리안이 자랑하는 단골 중 하나다.
카페 관계자는 커피보다는 역사와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더 큰 자부심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카페는 ‘역사 속 그곳’이라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지금도 은쟁반에 음식을 담아 나르고 있다.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현대미술과 관련된 각종 이벤트도 수시로 연다.
▦카페 드 플로르(파리, 프랑스)
‘카페 드 플로르’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다. 지식인들의 만남의 장으로 ‘카페 문화’를 정착시킨 곳이 바로 이곳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영화 초반 파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읊을 때 가장 먼저 등장한 이름이기도 하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같은 프랑스인은 물론이고 피카소, 피츠제럴드도 파리 체류기간 동안 이 카페를 즐겨 찾았다고 한다. 이들의 작품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고작 몇 십 평짜리 카페에 그들이 모두 모여있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 한 구석이 찡해 온다.
▦카페 레 되 마고(파리, 프랑스)
헤밍웨이의 글에도 등장하는 카페 ‘레 되 마고’에 들어서면 두 개의 중국인 부조가 눈에 들어온다. 카페를 열기 전 이곳은 중국 비단가게였는데, 벽에 붙어있던 ‘두 개의 중국인 조각상’을 프랑스어로 옮겨 그대로 카페 이름으로 사용했다. 위치는‘드 플로르’카페 바로 옆이다.
‘레 되 마고’는 미술이론가이자 시인인 앙드레 브레통을 비롯한 초현실주의자들을 아낌 없이 후원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역시 이 카페의 단골이었는데 그들이 자주 앉았던 테이블도 한 구석에 있다. 이들은 후일 난방이 더 잘 되는 바로 옆 새 카페 ‘드 플로르’로 아지트를 옮기고 말았다. 오늘날은 난방 문제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그날 기분에 따라 어느 카페에 들러도 상관없겠다.
카페 센트럴(빈,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에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는 세기말적인 분위기에 전체주의의 싹이 트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 시절 수도 빈의 카페에 단골로 드나들던 인물로 프로이트, 카프카, 스탈린, 트로츠키 등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아무래도 히틀러다. 1910년대 초 젊은 히틀러는 미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빈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카페 센트럴은 그의 단골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낙서를 끄적거렸을 젊은 미술학도에게서 후일 인류역사에 지우기 힘든 생채기를 입힌 히틀러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카페 센트럴은 메뉴가 많은 편이다. 일종의 사과파이인 아펠스트루델도 맛있고 우유거품이 올라간 멜란지 커피도 괜찮다. 빈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다.
▦번외 : 아이리시 펍 투어(더블린, 아일랜드)
아일랜드의 더블린까지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더블린 출신 작가의 팬이다. 유럽 다른 지역 문인들의 아지트가 카페였던데 비해, 더블린 작가들은 펍을 즐겨 찾았다. 이들이 즐겨 찾던 펍을 순회하며 설명을 듣고 술을 마시는 ‘더블린 문학 펍 투어(Dublin Literary Pub Crawl)’가 가장 인기 있는 여행 프로그램일 정도다.
트립 어드바이저 평점도 매우 좋다. 문학 펍 투어는 여름엔 매일, 겨울에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오후 7시 30에 열리는데 학생은 10유로, 어른은 12유로다. 오스카 와일드와 버나드 쇼, 제임스 조이스, 사무엘 베케트 등이 즐겨 찾던 펍을 순회한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르면 그들이 걸었던 길에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취해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데서 요상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투어를 시작하는 곳은 빅토리아 시대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더 듀크 펍(The Duke Pub)’이다. 제임스 조이스가 거의 매일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김승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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