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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흑역사’… 소나기 피하기식 반성문, 빈말 되기 예사였다

입력
2016.07.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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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현직 검사장으로는 처음 구속기소된 29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검찰개혁추진단 구성을 발표했다. 뉴스1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현직 검사장으로는 처음 구속기소된 29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날 검찰개혁추진단 구성을 발표했다. 뉴스1

2010년 ‘스폰서 검사’ 사태 때

검찰시민위 구성ㆍ기소배심제 등

대책 내놨지만 결국 흐지부지

브로커 대책 10년전 나왔지만

정운호 게이트 등 비리 여전

내부통신망에 거짓 개혁 글 탄로

위기 타개 위한 꼼수 활용 사례도

29일 구성된 검찰개혁추진단의 당면 과제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조직문화와 의식의 대변혁을 위한’ 고강도 쇄신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검찰의 ‘셀프 개혁’에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과거 비슷한 개혁의 전례가 많았고, 그럼에도 검찰 조직이 근본적으로 쇄신되지 않은 채 여전히 같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내부 비리로 조직이 흔들릴 때마다 고개를 숙이면서 개혁 방안을 발표해 왔다. ‘스폰서 검사’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2010년 6월 발표된 재발방지 대책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마음 속 깊이 죄송하다”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검찰시민위원회 구성 ▦기소배심제 추진 ▦감찰본부 설치 및 비검찰 출신의 본부장 임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근본적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요 사건에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나 기소 여부 등을 외부 인사들이 정하도록 하는 검찰시민위 제도는 현재 각급 검찰청에서 시행 중이긴 하지만, 시민위의 심사결과를 검찰이 반드시 따를 의무가 없다는 점은 여전한 한계로 지적된다. 민감한 사건의 처리 방향을 떠넘겨 검찰의 기소(또는 불기소)를 합리화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기소배심제는 이후 제대로 추진된 적이 없고, 정병하 현 대검 감찰본부장은 검찰은 떠난 지 약 4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법조브로커와의 유착을 끊겠다”는 약속은 이미 10년 전 검찰 개혁방안에 포함됐던 것이지만 최근 ‘정운호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난맥상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사건개입을 요구하는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자 정상명 당시 검찰총장은 “법조브로커 발본색원을 위해 카드를 작성해 관리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법조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직 검사나 수사관들이 법조브로커한테서 금품을 수수하는 일이 계속되고,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56ㆍ구속기소) 변호사 사례에서 보듯 법조브로커-전관-검사의 끈끈한 관계도 현실로 확인됐다.

위기 타개를 위한 꼼수로 ‘검찰 개혁’을 이용한 적도 있었다. 김광준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 피의자와 사무실에서 성관계를 한 전모 검사 사건 등으로 검찰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했던 2012년 11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윤모 검사는 ‘검찰 개혁만이 살 길이다’ 등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평검사들의 개혁 요구를 가장한 것이었다. 그는 동료 검사에게 보내려다 기자에게 잘못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렇게 일선 검사들이 주장을 하면 진정한 개혁안인 것처럼 비춰지고 총장님이 정말 큰 결단을 해서 개혁안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제일 효과적”이라는 전략을 털어놨다.

특히 사퇴 요구에 직면했던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을 제시하면서 자리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검란 사태’가 점점 확산돼 평검사들까지 반발하면서 그는 결국 개혁안 발표는 하지도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에야말로 검찰 개혁이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국민들이 검찰에 바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할 텐데, 공정하고 중립적인 검찰권 행사 아니겠느냐”며 “결국은 유능하고 청렴한 검사를 양성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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