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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 스님이 한국불교와 인연 끊은 이유

입력
2016.07.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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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계 질서ㆍ돈 밝히며 신도 고통 이해 못해”

미국인 ‘만행’ 현각 스님, 한국 불교 강하게 비판

현각 스님은 “충남 계룡산 국제선원에는 합리적 교육, 유교습관이 없는 환경, 남여 및 국적 차별 없는 생활, 기복방식을 최소화한 기도정진, 신도와 함께하는 문화 등이 있다”며 나머지 한국불교 전반에 이 같은 모습들이 결여돼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각 스님 페이스북 사진
현각 스님은 “충남 계룡산 국제선원에는 합리적 교육, 유교습관이 없는 환경, 남여 및 국적 차별 없는 생활, 기복방식을 최소화한 기도정진, 신도와 함께하는 문화 등이 있다”며 나머지 한국불교 전반에 이 같은 모습들이 결여돼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각 스님 페이스북 사진

한국에서 출가한 미국인 현각 스님이 “기복신앙이 된 한국 불교와 연을 끊겠다”는 뜻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명문 예일대와 하버드 대학원 출신으로 1992년 숭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6년 경남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은 그는 자전적 구도기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유명세를 떨친 뒤 해외에 한국 불교를 알려왔다. 최근까지도 한국 사찰에서 안거(安居)를 나는 등 25년째 한국불교와 인연을 맺어왔다.

현각 스님은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8월 중순 한국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문한다”며 “화계사로 가 은사 스님(숭산 스님)의 부도탑 앞에 참배하고 지방 행사에 참석한 뒤 이별을 준비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물론 환속(출가자가 속세로 돌아가는 것)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인들이 참다운 화두선을 공부할 수 있도록 유럽, 미국 등에서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그리스에 머물고 있는 그는 또 ‘서울대 왔던 외국인 교수들, 줄줄이 떠난다’는 내용의 한 신문기사를 인용하며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동감한다. 나도 이 좁은 정신(에서) 자연스럽게 떠날 수 밖에 없다”고 적었다.

현각 스님이 이 같이 결심한 데에는 한국불교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쓴 여러 글에서 유교적 위계를 중시하는 사찰 문화, 돈과 얽혀있어 버리지 못하는 기복신앙적 요소들, 신도들의 고통에 함께하지 못하는 게으른 승려 문화 등을 언급하며 한국 불교를 비판했다. “최근 내 유럽의 상좌(제자)들에게 절대 조계종 출가를 권하지 않는다. 그 조선시대 정신에만 열린 교육에 합리주의 바탕을 자랑하는 서양사람들(특히 여성들)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한국 선불교를 전 세계에 전파했던 자리는 기복종교가 됐다” “왜냐하면 기복은 곧 돈, 참 슬픈 일이다” “한국 승려 문화는 (젊은 불자들의)고통을 함께하기보다 안락함을 누리고, 게으르기까지 하다” “재가불자(신자)는 살아있지만 유교적 정신에서 벗어나지 않고 너무 조용하니 못된 승려중심 불교가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서울 화계사에서 운영되던 조계종 외국인행자교육원이 최근 폐쇄된 것이 현각 스님의 격분을 촉발한 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문제를 언급하며 “숭산 스님께서 45년 전 한국 불교를 위해 (외국인들에게)새 문을 열었는데, 최근에는 종단이 그 문을 좁히고 있어 2, 3년 사이에만 7~9명의 외국인이 환속했다” “주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이다”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는 외국인 재가수행자(신자)들이 화계사 국제선원에 언제나 마음껏 머무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템플스테이 참가비를 지불해야만 한다”며 “옛날이 그립다”고 적기도 했다.

조계종이 2011년 서울 화계사에 설치해 운영해 오던 외국인행자교육원은 개원 후 연간 10~20명의 외국인 행자(예비승려)가 등록해 공부해왔지만, 올해 행자가 2명에 그치는 등 수년 째 등록인원이 줄자 해당 교육과정을 비상설로 운영하기로 하고 교육원을 사실상 폐쇄한 상태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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