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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백서 “감염병 통제할 리더십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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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 안 돼 초동대응 실패
위기상황 역량 미흡 우왕좌왕”
정부 메르스 대처 난맥 공식 시인
“질병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끌고 나가는 리더십을 보여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민간 전문가)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여기(방역체계 구축)에 행정력을 보강하고 평소에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보건복지부 공무원)
보건복지부가 29일 ‘메르스 백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5월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환자 발생부터 12월23일 유행 종료 선언까지 정부 대응을 기록하고 평가한 자료다. 메르스 유행 217일 동안 환자 168명 중 38명이 사망하고 1만6,700명이 격리되며 우리 사회는 초유의 감염병 공포에 휩싸였다.
백서는 메르스 방역 일선에서 활동했던 민관 관계자 46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평가 부분에서 메르스 사태를 “공중보건 위기대응 역량의 미흡함을 보여준 뼈아픈 경험”으로 규정하며 당시 난맥상을 다각적으로 서술했다. 정부가 메르스 대처에 문제가 있었음을 공식 시인한 셈이다.
백서는 방역당국의 메르스 초동 대응을 ‘실패’로 진단했다. 앞서 중동지역에서 메르스가 유행한 터라 당국 차원의 대응 지침이 마련되긴 했지만 당국과 의료기관 사이에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실제 상황에선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정부는 메르스의 감염 위험이 낮다고 오판했다. 이 때문에 “환자 발견은 물론 (첫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 전략 수정은 더뎠다. 한 민간 전문가는 “(평택성모병원) 8층에 환자가 있고 7층에서 환자가 나왔으면 (당국이)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가정을 수정해서 분석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백서는 리더십과 컨트롤타워 부재도 지적했다. 사태 열흘 만에 복지부 장관 중심으로 대책본부가 확대 개편됐지만 혼란은 여전했다. 한 민간 전문가는 “본부가 초기에 일정한 체계 없이 운영되면서 가장 중요한 자료인 메르스 유행곡선(환자 발생 추이)이 6월7일이 돼서야 나왔다”고 지적했다. 백서가 대책본부 관계자 245명을 별도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보고 대상이 불분명하다’ ‘보고 대상이 많다’ ‘중복보고가 많다’ 등 불명확한 보고체계를 지적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다.
중앙 정부가 우왕좌왕하다 보니 현장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했다. 음압 시설을 갖춘 격리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당국은 병상 운용 상황조차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선 환자 이송 때마다 일일이 병원에 전화해 병상 유무를 확인해야 하는 혼란이 벌어졌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적은 인력으로 환자 확진 및 이송 작업을 수행하는 한편으로, 중앙부처의 보고 요구에 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백서는 “국가적 위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큰 안목을 갖고 메르스 유행을 증폭시킨 왜곡된 구조와 체제를 성찰해야 한다”며 감염병 관리 3대 주체인 중앙정부, 지자체,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복지부 산하 조직인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켜 국가 감염병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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