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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언론사 130여개 대대적 폐쇄 결정…언론탄압 우려 고조

입력
2016.07.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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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시민들이 26일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쿠데타 시도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며 터키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터키 시민들이 26일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쿠데타 시도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며 터키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터키 정부가 27일(현지시간) 자국 언론사 130여개에 폐쇄 조치를 단행했다. 쿠데타 연루 혐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반(反) 정부 성향을 띠던 언론들에 대한 탄압에 나섰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 통신사 3개와 TV방송사 16개, 신문사 45개, 잡지사 15개, 출판사 29개 등 언론사 130여개에 폐쇄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쿠데타 배후로 의심되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추종하는 세력이 해당 언론사들에 상당히 포진해 있기에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게 터키 정부의 설명이다. 터키 정부는 앞서 휴리예트와 예니사파크 등 터키 유력 언론에서 활동한 여성 기자 나즐로 을르작 등 언론인 47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터키 당국에 체포된 언론인 중에는 평상시 귈렌의 종교적 신념에 동조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터키 정부가 쿠데타 진압을 기회로 사실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개헌 추진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언론인을 체포하고 해당 언론사를 폐쇄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이날 논평을 통해 “터키 정부가 쿠데타 잔류세력 소탕에 나선 것은 이해하지만 언론인 체포가 늘어나는 추세는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터키 정부는 이와 함께 군부에서 귈렌 추종세력을 솎아내는 대대적 숙청 작업에 나서고 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정부의 국가비상사태 내각 명령에 따라 장성 149명 등 군인 약 1,700명이 강제전역 조치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군복을 벗은 장성 수는 터키 전체 장성 약 370명 중 40%에 달한다. 터키 내무부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인과 경찰, 교사, 판사 등 약 6만명이 쿠데타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보직 해임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쿠데타 연루 혐의) 수사는 계속될 것이고 지금 수사선상에 있는 인사들도 있다”며 “아직 과정이 남았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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