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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FTA보다 더 큰 타격” 호텔 “3만원 이하로 뭘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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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ㆍ산업계 파장은
축산ㆍ화훼ㆍ유통ㆍ음식업 등 비상
관련산업 피해 11조원대 추산
이주열ㆍ유일호 “경제적 타격”
부패 사회적 손실 年 수십조원
“길게 보면 긍정 효과” 예상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보다 더 큰 충격이 올 것이다.”(농협중앙회 긴급성명)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합헌으로 판단하면서, 김영란법의 시행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 판매감소를 우려하며 헌재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축산ㆍ화훼ㆍ수산ㆍ유통ㆍ음식업 등 관련 업계는 합헌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업분야에서 가장 큰 피해(농협 추정 연간 4,100억원)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한우업계는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농축산물을 금품의 잣대에 놓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합헌 결정과 상관 없이 국회에서 발의된 김영란법 개정안(농축수산물 제외)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훼업계는 승진이나 경조사에 사용되는 꽃 판매의 급격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임영호 화훼협회장은 “책만 들여다 본 사람들이 농업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라며 “이제는 집회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을 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는 현재 1만6,400곳인 화원 수가 1만곳 이하로 줄어들 거라고 주장한다.
1인당 식사비 3만원 한도가 적용되는 음식업계도 매출 급감 우려에 잔뜩 울상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최근 “법 시행 시 전체 외식업체 37%가 영향을 받고 연간 전체 매출의 5%(약 4조1,000억원)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텔업체 관계자는 “3만원 이하로 호텔에 와서 먹을 메뉴는 거의 없다”며 “앞으로 호텔은 숙박만 해서 먹고 살아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선물 비용 한도(5만원)를 적용받는 유통업계도 선물세트 등 판매 감소를 우려하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정ㆍ통화당국은 법 시행이 내수 전반을 위축시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법 정착 과정에서 관련 업종과 민간소비에 분명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적 타격 및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관련산업이 피해액을 연간 11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업종별로 보면 ▦음식 8조4,900억원 ▦골프 1조1,000억원 ▦선물 관련 1조9,700억원 등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이 김영란법의 단기적 피해만 강조할 뿐 길게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는 견해도 있다. 부정부패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수조~수십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김영란법 입법 목표인 부패척결이 달성된다면, 장기적으로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5월 “부패는?우리 사회를 폭넓게 좀먹고, 정부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부패로 인한 비용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로 추정했다. 지난해 한국 GDP가 1,464조원임을 감안하면 매년 30조원 가까운 부패비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후진국에 머물러 있겠다고 하면 김영란법을 시행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일부 산업에 피해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패를 줄여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ikim72@hankookilb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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