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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공포의 6시간… 시민 맨손 저항에 모래성

입력
2016.07.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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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군 초반 기세 전쟁 방불

보스포루스 해협 다리 봉쇄하고

국영방송ㆍ군사령부ㆍ국회 등 점령

에르도안 성명에 전세 역전

“민주주의 수호 위해 거리로” 호소

시민, 계엄령 무시… 군부 막아내

쿠데타가 일어난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16일 시민들이 이동 중인 탱크를 막아서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쿠데타가 일어난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16일 시민들이 이동 중인 탱크를 막아서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쿠데타는 군인과 탱크가 15일(현지시간) 오후 10시 30분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다리를 봉쇄하며 긴박하게 전개됐다. 이어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고,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저공 비행을 하며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쿠데타 반군은 정부군과 시민의 거센 반격으로 6시간만에 진압됐지만 외신들은 “사망자 260여명을 포함해 1,7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쿠데타의 참극은 전쟁을 방불케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쿠데타는 터키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TRT국영방송, 앙카라 국회의사당과 군본부 등의 주요 시설이 쿠데타 반군에 점령되거나 포위됐다. 점거 과정에서 앙카라와 이스탄불 곳곳이 총격전과 폭격에 휩싸였다. AFP통신은 “공포에 빠진 시민들이 도망치며 거리는 텅 비었고 음식점과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며 “이스탄불은 순식간에 유령도시가 됐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군과 경찰이 쿠데타 반군에 맞서며 빌딩과 도로로 가득한 도심은 전쟁터로 변했다. 쿠데타 반군의 헬리콥터가 앙카라 상공에서 지상을 향해 총탄을 퍼붓는 장면이 CNN투르크 방송 등을 통해 생생하게 방송됐고, 터키 의회와 대통령궁이 쿠데타군의 폭탄 공격을 받았다. 정부군의 F-16전투기가 쿠데타군의 헬리콥터를 격추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수도 한복판에 헬리콥터가 추락했고, 시민 수십명의 시신이 거리에 나뒹굴고 있었다”고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한밤중의 쿠데타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공포의 밤을 보내야 했다. 반군이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주변을 점거하며 여객기의 이착륙은 전면 취소됐다. 한국인 110명을 포함해 승객 약 1,000명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 공항 입구에서 군인들의 고함과 총소리가 들리자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항 안쪽으로 도망치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연출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휴가 중이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공항 폐쇄로 복귀가 불가능해지자 비행기 안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내가 민주적 선거를 통해 뽑힌 대통령”이라고 정통성을 강조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로, 공항으로 나와 달라”고 호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성명을 계기로 시민들이 쿠데타군의 계엄령을 무시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쿠데타 상황은 급반전됐다. 시민들이 탱크를 둘러싸 반군의 진격을 막거나, 총을 겨누는 군인에 맨손으로 맞서는 장면들이 외신 사진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수백명의 시민들은 쿠데타군이 장악한 이스탄불 탁심 광장으로 몰려가 터키 깃발을 들고 군부 퇴출을 외치기도 했다. 터키 시민 도안은 “터키 남성 대부분이 군복무를 해서 군사 정부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다”며 “군부의 통치를 거부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EPA 연합뉴스
EPA 연합뉴스

정부군과 시민들의 반격에 쿠데타 세력은 빠르게 무너졌다. 16일 오전 정부군이 앙카라 군사본부를 탈환하는 등 주요 시설을 속속 장악했고, 보스포루스 다리에서는 쿠데타군 50여명이 탱크와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고 나와 항복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날 오전 4시쯤 이스탄불 공항에 착륙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기자회견을 연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는 실패했다”고 선포하며, 쿠데타는 6시간 단막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쿠데타로 인한 사망자는 265명, 부상자는 1,400여명이며 체포된 쿠데타 반군은 2,839명에 달한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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