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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로 지목된 귈렌 “연출된 쿠데타”

입력
2016.07.17 16:50

귈렌과 에르도안 권력투쟁 양상

펫훌라르 귈렌. EPA 연합뉴스.
펫훌라르 귈렌. EPA 연합뉴스.

터키 에르도안 정권과 반목한 뒤 미국에 망명 중인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75)은 “이번 사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꾸민 연출극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헀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귈렌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미국 정부를 향해 송환을 요구하고 있어 쿠데타는 미국과 터키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귈렌은 16일(현지시간) 망명중인 미국 펜실페이니아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의 지지자들을 기소하기 위해 쿠데타를 꾸몄을 수 있다”면서 연출극 내지는 자작극을 주장했다. 귈렌과 인터뷰를 진행한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귈렌이 거주하는) 펜실베이니아 교외의 예배당 내 작은 방은 쿠데타 지휘소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귈렌은 애초 이슬람주의를 기반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에르도안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브레인이었다. 그는 2001년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 창당 때도 전적으로 지지했다. 1999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도 터키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슬람주의자들의 정신적 지주로 영향력을 행사했고 ‘세계 100대 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도안이 AKP 당규까지 바꿔가며 12년간 3번이나 총리로 재직한 데 이어 2014년 대통령에 취임해 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려 하는 등 터키를 독재체제로 이끌려는 조짐을 보이자 귈렌은 반정부 인사를 자처했다. 특히 두 사람은 2013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부패 수사를 계기로 완전히 결별했다. 당시 검경이 집권당을 겨냥한 부패사건 검거 작전을 벌이자 에르도안은 사법당국 내 귈렌 추종자들이 '사법 쿠데타'를 벌였다고 역공을 펼쳐 정계 및 법조계, 언론계, 군부에서 추종자 대부분을 몰아냈다. 귈렌과 추종자들에게는 '국가전복기도' 혐의가 적용됐다. 권력투쟁에서 밀린 귈렌은 결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자진 망명 생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터키 각계에서 귈렌 추종세력은 대부분 권력을 잃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부와 사법부에 지지그룹이 일부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쿠데타를 제압한 이후 판사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아가 터키가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에 기여한 공동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만약 우리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미국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귈렌의 송환을 요청하고 있어 두 사람의 권력투쟁은 외교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터키 정부에 귈렌의 범법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먼저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터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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