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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돌돔’ 벤자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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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름 횟감 단연 최고는 돌돔
토박이들 “다금바리 보다 한 수 위”
벤자리 저렴하고 맛있어 어부들에 인기
“한치가 인절미면 오징어는 개떡”
부드러운 한치 물회ㆍ회국수 별미
여름 제주도 여행의 마무리로 초저녁 노을 진 바다가 내려 보이는 횟집에 들러 싱싱한 회 한 접시에 시원한 바다 바람을 쐬는 여유를 필수 코스로 계획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학회나 업무 출장 등으로 제주에 내려오신 분들에게 제공하는 호텔의 연회 메뉴에 회가 코스에서 빠지게 되면 적지 않은 고객들이 주변 횟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때문에 웬만한 한정식 메뉴에는 ‘제주 바다 제철 회’가 빠지지 않고 포함된다. 게다가 요즈음에는 서구적인 식 문화와 생활 습관의 변화로 각종 성인병과 암 발병 확률이 높아져 자연스레 육류보다는 단백질이나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알려진 신선한 해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모든 생선들이 일년 내내 잡히지만 서귀포의 생선과 해산물의 맛은 계절마다 차이가 있다. 제철 생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한 층 더 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름 생선 중 단연 최고의 횟감으로 꼽히는 생선은 돌돔이다. 서귀포에서 회를 조금 먹어봤다는 토박이들 중에는 다금바리 보다 한 수 위라고 평하는 이가 많다. 얼룩말처럼 옆구리에 선명한 검정색 가로띠를 일곱 줄 띠고 있어 줄돔이라고도 불리는데 수컷의 경우 자라면서 줄무늬가 사라져 전체적인 몸 색깔은 은회색으로 변하고 주둥이 부분만 검정색을 유지하게 된다. 단, 유사 어종으로 대각선으로 줄이 그어진 ‘아홉동가리’라고 불리는 생선인 논쟁이가 있다. 가격이 저렴한 논쟁이는 맛이 돌돔에 비해 많이 떨어지니 잘 구별해야 한다.
돌돔은 돌밭, 즉 바다의 해초가 무성한 암초 지대에 산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는데 5~8월 경이 산란기로 알을 낳기 위해 영양분을 많이 체내에 축적하게 되어 여름에 맛이 좋다. 전형적인 온대성 어류로서 연안 수온이 20도 이상 상승하는 6~7월부터 장마철 전후에 바람이 불고 비나 안개가 많이 낄 때 많이 잡힌다고 한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인기 어종중의 하나인 벵에돔도 많이 잡힌다. 이때의 벵에돔은 겨울에 잡히는 긴꼬리 벵에돔보다는 맛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돌돔은 또한 벵에돔에 비해 시력이 좋고 경계심이 강해 낚시하기 까다로운 어종으로 분류되며 그래서인지 매우 고가에 거래된다.
오일장 등 재래 시장에서 판매되는 죽은 돌돔도 웬만한 활어보다도 가격이 비싸다. 다금바리, 강당돔 등과 함께 횟집에서 가장 비싼 횟감으로 팔리며 숙성을 시킨 선어보다 싱싱한 활어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 오드득 오드득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돌돔회가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 같다. 횟집에서 손바닥 크기의 조그만 돌돔을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하는데 양식장에서 잘 자라지 않고 먹이만 축내는 놈을 출하시킨 경우로 매우 질기고 맛도 떨어진다. 아쉽지만 횟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돌돔은 양식이며 씨알이 큰 놈은 국산보다 일본산이 주를 이룬다. 살이 단단하고 독특한 향이 있어 매운탕이나 소금 구이로 조리하기도 하지만 역시 돌돔은 회로 나올 때가 서귀포의 대표적인 여름 진미인 것 같다.
서귀포의 어부들 사이에서 여름 최고의 횟감으로 벤자리를 꼽는 이들이 많다. 어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는 찰지고 담백한 맛도 그렇지만 성질이 급해 활어로 취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양식이 되지 않고 수족관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횟집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취급을 꺼린다. 시장에 들렸다가 수족관에 벤자리가 보이면 마치 횡재를 한 것처럼 포장해서 사가게 되는 이유다. 다른 횟감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으로 보르도 지방의 린쉬 바쥬 와인이 ‘가난한 자의 무통 로쉴드 와인’으로 불렸던 것처럼 서귀포의 벤자리도 ‘서민들의 돌돔’으로 불려도 될 것 같다.
난류성 물고기로 해조가 많은 암초 지대에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 벤자리는 30cm 미만은 ‘아롱이’라고 하며 40cm가 넘는 월척은 ‘돗벤자리’라고 불린다. 얕은 연안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 외양성 어종의 특성이 있고 전체적으로 길쭉한 타원형 모양인데 작은 놈은 황갈색 세로 줄무늬가 있지만 성어가 되면 무늬가 없어지게 된다. 육식성 물고기로 대부분 30cm 전후로 여름 내내 선어로 시장에서 판매되는데 관광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식당의 메뉴로는 극히 드물고 일반적으로 토박이들은 가정에서는 구이나 조림으로 즐겨 먹게 된다.
서민적인 횟감으로 꾸준한 인기가 있는 생선은 쥐치라고 불리는 객주리이다. 사실 서귀포에서는 저렴한 생선으로 예전에는 어부들이 그냥 버렸던 생선인데 어포용으로 많이 가공하다 보니 개체수가 줄어 이제는 돔이나 광어보다도 비싼 생선이 되었다. 뾰족하게 튀어나온 주둥이에 뾰족한 이빨을 지닌 모습이 쥐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겉 모양이 독가시치와 비슷하게 생겨 혼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객주리는 몸이 긴 타원형이고 옆으로 납작한 모양인데 제주도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은 말쥐치이며 일반적으로 양식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객주리의 살에는 타우린의 함량이 많고 DHA 등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고 고혈압이나 동맥 경화 등 심장 순환계 질환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객주리는 어포로 많이 가공되지만 껍질이 얇아 요리하기 편하고 어린 것은 뼈가 연하고 부드러워 뼈째회(세꼬시)로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일반적으로는 살의 탄력이 좋아 얇게 회를 떠서 먹는다. 특히 객주리의 간은 크고 맛이 좋아 즐겨 먹는 부위지만 선도가 금방 떨어져 보관하지 말고 바로 먹는 것이 좋다. 서귀포에서는 메주콩과 함께 넣고 조리한 ‘객주리 콩조림’도 별미인데 메주콩이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돌우럭 콩조림’과 함께 추천하고 싶은 별미 조림 메뉴이다.
제주도 속담에 ‘한치가 쌀밥이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치는 오징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한 수 위의 대접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오징어에 비해 식감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돌아 곱절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구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한치 요리는 ‘한치 물회’인데 비타민 E와 타우린이 풍부한 한치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갖은 야채를 된장과 초장을 섞은 국물에 버무리면 모든 영양소를 한번에 섭취할 수 있어 좋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성산포나 우도에서는 미나리와 야채를 초고추장에 버무려 국수에 비벼 먹는 ‘한치 회 국수’도 인기가 많고 생으로 얼려 두어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연중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그 밖에 보목의 부드러운 자리돔이나 초보 낚시꾼도 쉽게 낚을 수 있는 어랭이가 토박이들에게는 훨씬 인기가 높다. 낚시로 바로 잡어 올린 각재기도 여름 횟감으로 독특한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철 잡어회를 선호하는 편인데 이름은 생소하지만 서귀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횟감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여 만족이 배가 되는 것 같아 좋다.
이재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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