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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폭발적 성장 전기차, 한국만 ‘후진 중’

입력
2016.07.12 20:00

올해 5월까지 23만대나 팔려

중국선 판매량 66% 급증도

국내는 768대로 하향 곡선

“보조금 감소ㆍ테슬라 신차 기대 탓”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전기차를 유망 수출 품목으로 정해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EV)는 23만9,853대로 지난해 상반기(20만7,257대)에 비해 15.7% 증가했다. 올해 6월 판매량이 아직 집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중국에서는 1~5월에만 8만8,888대가 팔려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5만3,410대)보다 66% 늘어났다. 올해 전기차 모델별 출하량 순위에서도 중국의 비야디(BYD), 장화이자동차(JAC), 지앙링 모터스(JMC), 체리자동차 등 4개 업체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중국 내수 시장을 이끌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국내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둔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2만6,28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953대)에 비해 65%나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 배터리와 내연 기관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를 뺀 순수 전기차는 768대만 팔려,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의 3%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860대)보다 오히려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전기차 판매가 지지부진 한 것은 상반기 줄어든 정부 보조금과 테슬라의 모델3 등 신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전기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1,500만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1,200만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지난 4월 테슬라가 완전충전 시 346㎞를 주행할 수 있는 모델3를 공개하면서 기존에 판매되던 전기차들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중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완충 시 주행거리가 191㎞로 가장 길지만, 2018년 국내 출시될 모델3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주행거리가 320㎞인 한국지엠(GM)의 볼트 EV도 올해 말이 돼야 본격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분간 테슬라에 대적할 전기차는 없는 상태다.

때문에 전기차의 ‘성지’로 불리는 제주 지역에서도 전기차 민간보급 신청자 경쟁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4년 8.5대 1이었던 경쟁률은 지난해 2.2대 1로 급감했고, 올해는 제주도에 할당된 전기차 3,985대 중 42%(1,7000여대)만 신청돼 미달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1,400만원으로 늘렸고, 서울ㆍ제주 지역에 2㎞마다 충전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당장 수요를 늘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대환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인프라를 늘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과 1,2년 뒤면 주행거리가 긴 모델들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 등을 고려하면 당장 전기차 시장이 커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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