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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사람 만드는 교육이 사람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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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을 펴냈지만 이번만큼 통렬한 심정으로 작가의 말을 쓴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가 40조원을 넘었고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이 하루 평균 1.5명입니다. 이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교육계, 사회, 학부모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내일은 나락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습니다.”
소설가 조정래(73)가 신작 장편 ‘풀꽃도 꽃이다’(해냄)를 펴냈다. ‘정글만리’ 이후 3년만이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기념간담회에서 작가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것인데 그 교육 때문에 청소년들이 좌절하고 자살까지 이른다는 건 엄청난 모순”이라면서 “손자들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된 지금 더 이상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권짜리 소설에는 무너진 공교육 현장에서 신념을 지키는 교사 강교민을 비롯해 아들의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거는 주부, 원어민 영어회화 시장을 노리고 한국에 온 미국인, 만화가의 꿈을 이해 받지 못해 가출하는 중학생, 불우한 가정 환경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고등학생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명문대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세태를 풍자하면서 왕따, 성형수술, 청소년 자살, 교사 성희롱 등 한국사회의 여러 병폐를 건드렸다.
작가는 “나라고 왜 손자들이 공부 잘하길 바라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공부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많은 능력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당당하게 사회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육이 암기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도 했다. 그는 “선진국이라 하는 나라 중 암기식 교육을 하는 곳은 일본과 한국 밖에 없다”며 “서양의 국가들은 토론, 논술, 창의 교육에 초점을 맞춰 발전된 인간상을 만드는데 우린 그렇지 못하다. 전반적인 문제를 다시 논의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작가는 ‘정글만리’를 탈고한 후 3년 간 각급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찾아 관련 종사자를 취재한 뒤 지난해 말부터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쓸 땐 하루에 원고지 35매씩 썼는데 ‘정글만리’ 땐 30매로 줄였다”며 “이번엔 하루 20매로 줄이려고 했는데 몸이 안 좋아 3개월을 까먹는 바람에 하루에 35~45매씩 써서 3개월 만에 소설을 끝냈다”고 말했다.
차기작의 주제는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다. 작가는 최근 ‘개, 돼지’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을 언급하며 “국민이 개, 돼지라면 그들이 낸 세금을 받아 먹고 사는 자들은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며 “당사자뿐 아니라 그런 자를 요직에 임명한 장관도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국민을 개나 돼지로 인식하는 국가에서 이에 대한 생각이 바로 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5권 분량으로 차기작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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