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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흘렀지만... 신분 위장한 살인범들 결국 잡혔다

입력
2016.07.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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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공기총 살인범 지난해 검거

“미제사건 해결 집요한 추적 필요”

타인의 생명을 빼앗고도 신분을 세탁해 살아갔던 희대의 살인마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가면은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던 수사당국에 의해 결국 벗겨졌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1990년 경기 이천시에서 공기총 살인을 저지르고 일본으로 도주했던 피의자가 25년 만에 잡혀 송환된 사건이 있었다.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와 인터폴, 일본 경찰의 공조로 검거된 김모(56)씨는 사건 직후 고교 후배로 신분을 위장해 출국한 뒤 현지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다가 덜미를 잡혔다. 김씨는 지난달 16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2년 6월을 선고 받았다.

같은해 미국에서도 종신형을 받고 탈옥한 뒤 32년간 위장 인생을 산 살인범의 정체가 사망 11년 만에 드러났다. 살인범 마셜 캠벨은 1958년 미국 오하이오주 해밀턴의 한 병원에서 19세 간호실습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14년을 복역하다 뉴멕시코주로 탈주한 캠벨은 새 이름 ‘에드워드 데이비드’로 다시 태어났다. 캠벨은 이 곳 대학에서 태연하게 학사 학위를 따고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가정을 꾸려 딸까지 둔 캠벨은 2004년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의 가짜 인생이 탄로난 것은 그로부터 11년 후다. 캠벨의 뒤를 추적하던 미 연방보안관실(US Marshals Service) 미제전담팀이 그의 부고 기사를 발견하면서다. 미제전담팀은 비록 캠벨을 단죄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가 지우려 했던 과거를 낱낱이 까발렸다.

살인 범죄의 단죄는 수사당국의 끈질긴 추적이 바탕이 됐다. ‘완전 범죄란 없다’는 명제를 지키려는 노력 덕분이다.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중요 미제사건에 한해서는 ‘보여주기 식’ 수사가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사건을 파헤칠 수 있도록 조직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고 새로운 사건이 밀물처럼 밀려드는 환경에서 미제사건은 영원히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오롯이 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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