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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중이 개ㆍ돼지라는 공무원은 즉각 파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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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고위 공무원이 귀를 의심케 하는 시대착오적 발언으로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 책임자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중은 개ㆍ돼지”라며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은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 사회를 분노와 슬픔에 빠뜨린 구의역 참사와 관련해서도 “(숨진 청년이)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고 반문한 뒤 “(내 자식처럼 가슴 아프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했다. “출발선상이 다른데 어떻게 같아지나”며 “현실이라는 게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정면 부인하고,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 유산인 신분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고위 공무원이 했다는 사실에 놀란 입을 다물 수 없다. 인류의 고민인 불평등 및 양극화를 지지한 것은 물론, 교육 기회 균등 및 격차 해소를 강조하는 공교육 이념까지 배제했으니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이런 발언을 했는지 묻고 싶다. 경향신문 기자가 실언이냐고 되물으며 해명과 철회 기회를 주었는데도 그가 발언을 주워담지 않은 것을 보면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라 소신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사적인 자리에서의 발언이라지만, 공직자가 최소한의 헌법정신조차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나 기획관 외에 수준 이하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공직자가 최근 잇달아 나온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국가장학금을 관리하는 한국장학재단의 안양옥 이사장은 “빚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을 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고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은 친일파를 자처하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처럼 공직자의 막말 파동이 거듭되는 것은 우연이 겹친 결과라기보다는 공직 사회 전반에 상식 이하의 비민주적 발상과 의식이 퍼져있다는 의심을 일깨운다. 이들의 발언을 취중 실수 등으로 감싸며 적당히 넘어가서는 비슷한 일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장 나 기획관만 해도 대기발령을 받았는데 여론은 파면 등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좌시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니 어물쩍 넘어가기 어렵다. 더불어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가치관이 공직 사회에 정립돼 있는지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전면적으로 점검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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