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외국인 친구에게 자신있게 소개할 서울 명소 TOP 7

입력
2016.06.30 10: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교환학생 친구들이 서울 구경을 시켜달라면 어디서부터 구경시켜줘야 할지 난감해요.”

“유럽여행에서 만났던 외국인 친구가 서울을 방문했는데 ‘한국적인’ 관광지는 저도 잘 몰라서 어렵네요.”

몇 년 전 독일 베를린 어학연수에 갔을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저 서울 놀러 왔어요. 같이 놀아요.” 서울을 소개시켜줄 겸 친구의 서울여행 가이드로 나서기로 했는데 웬걸, 20년 넘게 서울에 살아온 서울 토박이인데도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코스를 짜려니 땀이 뻘뻘 났다. 연간 외국인 방문객이 1300만 명이 넘는 요즘 외국인 친구의 가이드 요청에 당황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터다. 그래서 일일 가이드를 해본 한국인과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 직접 물어 외국인 친구들이 좋아하는 서울의 명소 7곳을 선정했다.

①창덕궁과 창경궁 후원 투어

창덕궁 입구 돈화문.
창덕궁 입구 돈화문.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 정조를 비롯한 임금들이 낚시를 즐기던 연못이다.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 정조를 비롯한 임금들이 낚시를 즐기던 연못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렌느(24, 사진 맨 오른쪽)와 친구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렌느(24, 사진 맨 오른쪽)와 친구들

‘고궁’을 가보고 싶다면 창덕궁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경복궁에 비해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창덕궁 역시 임금들이 살던 공간이다. 임진왜란으로 경복궁이 소실된 이후 258년이나 조선의 정궁이었던 창덕궁은 조선의 임금들이 가장 사랑한 궁궐이기도 하다. 아직 복원공사 중인 경복궁에 비해 전각들이 잘 남아있어 조선시대의 생활상을 상상하기에도 더 좋다.

부용지 등으로 유명한 14만평 규모의 창덕궁 후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창경원 혹은 비원이라는 명칭으로도 알려졌던 창덕궁 후원은 왕족들만 출입이 가능해 금지된 정원, 금원이라고도 불렸다. 현재도 후원 보존을 위해 출입이 제한되어있지만 해설사와 함께하는 투어를 신청하면 후원을 돌아볼 수 있다. 4개국어로 진행되는 투어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후원의 영어 해설사 김유정(31)씨는 “서양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산세를 그대로 활용한 정원이어서 관광객들이 좋아한다”며 “성수기에는 100명 넘게 영어로 진행하는 투어에 참여하곤 한다”고 창덕궁 후원의 인기를 전했다.

Tip. 야간개장 기간이라면 외국인 친구와 함께 야간 개장을 노려보자. 예매전쟁이 치열한 고궁 야간개장이지만 외국인은 예매 없이도 현장에서 선착순 500명까지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다.

Tip. 만약 친구가 한복을 입고 싶어한다면 한복을 대여해보자. 경복궁, 창덕궁 인근에 한복을 대여하는 가게가 많다. 한복을 입고 방문하면 고궁 입장료도 무료다. 숙명여대 교환학생 교류 동아리 소속 김지원(25)씨는 “1시간에 만 원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한복을 빌려 입을 수 있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입장 시간 : 6~8월 9시 ~ 18시30분. 월요일 휴궁.

입장료 : 3,000원(만 24세 이하, 65세 이상 내국인 무료) 후원 특별관람 시 5,000원 별도.

투어언어 창덕궁 : 영어(2회) 일본어(1회) 중국어(2회)

후원 : 영어(3~4회) 일본어(1회) 중국어(1회)

②북촌 한옥마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북촌.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북촌.
북촌 한옥마을 풍경.
북촌 한옥마을 풍경.
북촌 한옥마을의 전통 찻집.
북촌 한옥마을의 전통 찻집.

중국 상하이에서 교환학생을 했다는 최현이(25)씨는 상하이에서 만났던 중국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북촌 한옥마을의 전통찻집을 방문한다. “한옥에서 차를 마시면 한국의 정서가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고들 하더라고요.”

아기자기한 한옥들이 늘어선 북촌 한옥마을은 왕들이 살던 고궁과는 또 다른 멋이 있다. 고궁에서 조선시대 왕들의 삶을 엿보았다면 이번엔 조선 귀족, 양반들의 삶을 체험하는 순서다. 가파른 골목길 사이사이로 늘어선 한옥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전통차를 파는 찻집들과 레스토랑이 등장한다. 한옥마을의 정경이 내려다보이는 찻집에서 운치 있게 꽃차를 호로록 마시고 있으면 정말 조선시대 양반이라도 된듯하다.

③홍대-연남동

홍대입구 역에서 연남동 가는 길.
홍대입구 역에서 연남동 가는 길.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지 7개월이 됐다는 이탈리아 페루자 출신의 에바(33)는 홍대 앞을 사랑한다. 에바는 “홍대 앞은 열린 에너지로 가득 찬 공간”이라며 “이태원이 아예 외국인을 위한 공간이라면 홍대 앞은 한국적이면서도 동시에 외국인에게도 열려있어 좋다”고 말한다.

외국인 친구들도 쉽게 섞여 놀 수 있는 장소를 골라달라고 부탁하자 에바는 주저 없이 홍대 앞 놀이터를 꼽았다. 야외에서 맥주를 한 캔 마시며 무명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기면 ‘홍대 앞 정신’을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쇼핑을 즐기고 싶은 친구와 함께라면 홍대입구역에서 상상마당까지 이어지는 쇼핑거리를 방문하면 좋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뜨는 동네’ 연남동이 외국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으니 외국인 친구와 함께 연남동 산책에 나서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④한강 다리 (성산대교 - 한강시민공원 망원 지구)

성산대교 야경.
성산대교 야경.

파리의 센강도, 영국의 템즈강도 한강에 비하면 좁은 강이다. 서울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한강을 보고 강이 아니라 바다라고 생각한다는 통설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야경은 그래서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보여줄 만한 풍경이다.

한강의 야경을 즐기고 싶은 친구들을 위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한강시민공원 망원 지구를 추천한다. 망원 지구는 성산대교 인근에 위치해 서울에서 가장 야경이 아름다운 다리라는 성산대교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성산대교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교각의 디자인 덕분에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게다가 여의도까지 보이기 때문에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의 도심을 구경하기에도 좋다.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묵는 홍대 인근이어서 교통도 편리하다. 망원한강지구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치킨과 맥주를 즐긴다면 외국인 친구에게도 좋은 추억이 남을 것이다.

Tip. 외국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반포대교도 야경 명소로 유명하다. 반포대교 교량에서 빛과 함께 물이 쏟아지는 달빛무지개 분수 쇼가 인기다.

⑤청담 K-STAR거리

청담 K-STAR의 거리에는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곰들이 늘어서 있다.
청담 K-STAR의 거리에는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곰들이 늘어서 있다.
청담 K-STAR 거리 인근에 위치한 JYP 본사. 본사 맞은 편 커피숍은 외국인 팬들의 ‘성지’다.
청담 K-STAR 거리 인근에 위치한 JYP 본사. 본사 맞은 편 커피숍은 외국인 팬들의 ‘성지’다.
유명 아이돌 소속사 SM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SMT’. 청담 K-STAR 거리에 위치해있다.
유명 아이돌 소속사 SM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SMT’. 청담 K-STAR 거리에 위치해있다.

압구정-청담에는 K팝 팬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가 많다. 유명 아이돌 그룹의 그룹 이미지를 차용해서 만든 곰들이 늘어서있는 K-STAR거리가 조성되어있고 그 거리 인근에 SM, JYP, FNC 등 유명 아이돌 소속사의 건물이 있다. 한류 흐름에 편승해 급조된 어설픈 관광지라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K팝 팬들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스타가 거닐던 거리에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한다.

2pm 멤버 닉쿤의 생일을 맞아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독일인 바네사(25)과 시모네(33)는 “독일 현지에서 K팝 행사를 직접 열 정도로 열정적인 팬”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매우 만족스럽다. 2pm의 소속사 JYP에서 운영하는 ‘The Street’에서 식사도 하고 멤버들의 손 동판에 내 손을 대보기도 했다. 즐거운 체험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Tip. SM 굿즈 쇼핑몰 ‘SM town’이 가까운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다. SM 소속 아티스트의 팬인 친구와 함께라면 들러보길 추천한다.

⑥명동

명동거리.
명동거리.
명동 거리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니콜(19, 오른쪽 두번째)과 친구들.
명동 거리에서 만난 필리핀 출신 니콜(19, 오른쪽 두번째)과 친구들.

독특하고 색다른 관광지를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에 명동을 슬그머니 리스트에서 빼려고 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서 피곤할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찾는 데엔 틀림없이 이유가 있다. 명동은 관광객들에게 최적화된 쇼핑지다.

명동 거리에서 만난 필리핀 사람 니콜(19)과 그의 친구들은 명동의 활기찬 분위기에 마음을 뺏겼다. 니콜이 생각하는 명동의 장점은 “필리핀에서 (한국제품을) 살 때보다 훨씬 싼 가격에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외국인을 위한 면세 혜택은 덤이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상점들이 밀집해있어 한 번에 여러 군데를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니만큼 먹거리 물가는 다소 비싼 편이니 외국인 친구에게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⑦용산 전쟁기념관

용산 전쟁기념관.
용산 전쟁기념관.
용산 전쟁기념관 외부 조형물을 유심히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
용산 전쟁기념관 외부 조형물을 유심히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

정말 놀랍게도 전쟁기념관은 한국을 찾은 20대 외국인이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한국인 관람객보다 외국인 관람객이 더 많을 정도다. 가족 단위로 방문한 외국인들이 많지만 혼자 이곳을 찾아온 외국인도 눈에 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분단국가’라는 인상이 강하다. DMZ(비무장지대) 투어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사이에 인기 있을 정도다. 그래선지 한국의 역사를 더 알고 싶은 외국인들은 한국전쟁과 한국 현대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을 많이 찾는다.

한국인 친구와 함께 관람을 마치고 나오던 영국인 제이콥(22)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라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 1~2시간, 꼼꼼히 관람하면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외국어 해설은 주로 8개국어가 탑재된 모바일 기기로 제공된다.

입장 시간 : 9시 ~ 18시(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20시까지) 월요일 휴관.

입장료 : 무료

해설 언어 :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아랍어

글ㆍ사진 김승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4)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