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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어디로

입력
2016.06.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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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장 37% 문 닫아… 매출 26%↓

2000년대 전성기… 코코스 등 1세대 업체 철수

1인 가구 증가ㆍ웰빙 열풍에 타격

패스트푸드ㆍ도넛 등도 가맹점 감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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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패밀리 레스토랑. 예약 손님으로 북적일 평일 저녁시간인데도 전체 테이블의 3분의 1이 텅 비어 있다. 이날 아내와 함께 매장을 찾은 직장인 이모(34)씨는 “평소 패밀리 레스토랑을 잘 찾지 않지만 이날은 1만원에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받아 특별히 온 것”이라며 “저녁이라 대기시간이 길 줄 알았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 바로 테이블을 안내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988년 국내에 처음 상륙해 2000년대 중후반까지 ‘고급 외식의 아이콘’으로 꼽히며 승승장구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 때 일반 식당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도 사람들이 몰려 매장마다 기본 20~30분씩 대기해야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예약은 차치하고 피크타임에도 텅 빈 테이블이 더 많을 정도다. 1인 가구 증가와 몸에 좋은 음식을 선호하는 웰빙 열풍이 사회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기름지고 고칼로리 메뉴를 주로 갖춘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한국일보가 신한카드에 의뢰해 24개 업종을 대상으로 최근 3년(2013~2015년)간의 가맹점 수와 매출액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 업종 통틀어 매출과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이는 신한카드 빅데이터 팀이 서울과 부산·대구·광주를 비롯한 6대 광역시 등 7개 대도시를 상대로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패밀리 레스토랑의 매출은 1년 전보다 7개 도시 평균 25.5% 감소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최근 3년 연속 매출이 줄곧 내리막을 탔는데 지난해 유독 매출 감소폭이 컸다.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문을 닫은 패밀리 레스토랑 가맹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패밀리 레스토랑의 가맹점 수는 평균 37% 감소했다. 7개 도시 중 패밀리 레스토랑 가맹점이 가장 많이 줄어든 도시는 울산으로 10곳 중 6곳 꼴(-62.5%)로 간판을 내렸다.

우리나라의 첫 패밀리 레스토랑은 1988년 미도파 백화점이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업체인 코코스재팬과 손잡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코코스다. 이후 TGI프라이데이(1992년), 시즐러(1995년), 아웃백(1997년) 등이 잇따라 등장하며 2000년 중후반까지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인 코코스를 비롯해 시즐러, 토니로마스, 마르쉐는 2014년 전후로 문을 닫았고 아웃백은 최근 2년새 점포를 25개나 줄였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국내 들어온 지 이미 20년이 지났지만 식당 분위기나 메뉴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 보니 새로 손님을 끌어 들일 유인이 없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계속 침체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더불어 지난해 패스트푸드, 도넛,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수와 매출도 줄줄이 감소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다이어트, 웰빙 열풍이 불면서 칼로리가 낮고 몸에 좋은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도넛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1년 전보다 17%(매출은 10%) 줄었다.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 가맹점 수는 10.3%,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퍼져있는 패스트푸드 가맹점도 8.0% 줄었다. 공급과잉 우려를 낳고 있는 커피전문점 은 지난해 매출 증가(5.8%)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수가 1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4개 업종 중 지난해 평균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편의점으로 증가율이 37.8%에 달했다. 단, 편의점 역시 매장 수는 3.6% 감소했다.

이경희 리더스비전(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웰빙 바람이 불면서 저칼로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창업시장에서도 패밀리 레스토랑을 비롯해 도넛 가게 등은 하향 곡선을 그린 지 오래 됐다”며 “이들 업종은 앞으로도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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