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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이씨의 주무기는 ‘고교 학연’

입력
2016.05.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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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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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추적 중인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핵심 브로커 이모(56)씨의 마당발 인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이씨가 고교 학연을 발판 삼아 유명 브로커로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1970년대 서울의 신흥 명문고로 떠오른 A고 출신인 이씨는 고교 동문 유력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한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20년 전쯤부터 법조계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고교 인맥을 등에 업고 행세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 원정도박 사건의 경찰ㆍ검찰 수사단계에서 변호를 맡은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가 그의 고교 1년 선배로, 이씨가 정 대표에게 연결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1년 홍 변호사가 개업한 이후, 상당수 사건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이 확보해 분석 중인 이씨의 육성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검사장 출신 S 변호사 또한 A고 출신이다. 이씨는 여기서 자신이 연루된 소송과 관련,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벌금 300만원 때렸어. 우리가 백이 좋지 않나. 홍만표부터 S 검사장까지 쫙 있으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법조인뿐 아니라 A고 출신 정ㆍ관계 인사와의 친분도 강조하고 다녔는데, 전직 국회의원 P씨가 대표적이다.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인이었던 최유정(46) 변호사의 ‘보이스 펜’ 녹음내용에는 P씨가 로비 대상으로 언급돼 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새누리당 쪽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Y씨도 이씨가 관리해 온 고교 인맥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ㆍ현직 군인들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군납 로비 혐의로 구속된 정 대표의 또 다른 브로커 한모(59)씨도 이씨가 고교 동창을 내세워 군 고위 관계자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친분을 맺게 됐다고 한다.

다만 해당 인사들이 이씨로부터 부적절한 청탁을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씨가 과시용으로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S 변호사와 P씨 등은 “이씨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과거 동향을 비교적 소상히 아는 한 법조인은 “이씨가 자신의 동문들 중 사회에서 소위 ‘잘 나가는’ 인사들의 이름을 팔고 다녔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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