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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으로 뒤바뀐 영웅들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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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의 대표적인 사진인 ‘이오지마(硫黃島) 성조기’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미 언론들은 최근 해병대가 당시 성조기를 게양해 영웅대접을 받았던 해군 위생병 존 브래들리(사망)가 실제 게양에 참여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재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은 당시 AP통신소속 사진기자 조 로젠탈이 촬영한 사진으로 그 해 퓰리쳐상을 받았지만 후일 연출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조작 논란이 일기도 했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인 1945년 2월 19일 일본 남동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섬 이오지마는 일본 열도를 공격하기 위해 비행장이 필요한 미군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결사항전을 벌인 일본군들의 전투로 2만 여명의 일본군들이 몰살당하고 미군 5000여명이 전사하는 등 전쟁 중 단일 전투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일본군의 결사항전으로 수세에 몰린 미군 대대장 챈들러 존슨 대령은 해병대 1개 소대에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인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게양하라는 명령을 하고 이들은 치열한 전투 끝에 국기를 게양한다. 이때의 사진은 동행했던 해병대 잡지 ‘레더넥’기자 로워리 상사가 촬영했다.
하지만 명령을 내린 존슨 대령은 자신의 위치에서 망원경으로만 확인이 가능한 성조기의 크기를 문제 삼아 이전보다 훨씬 큰 성조기 게양을 다시 명령했고 이를 안 AP 사진기자 조 로젠탈이 전투와 상관 없었던 병사들을 따라 현장으로 가서 현재 널리 알려진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을 촬영했다. 진짜 영웅들은 전투 끝에 성조기를 게양한 해병대 장병들이었지만 성조기 크기가 작다는 어이 없는 사실로 전투와 상관없던 장병들이 연출을 통해 사진에 찍혀 영웅 대접을 받는 허무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더 황당한 일은 두 번째 사진에 등장해 지금까지 영웅대우를 받았던 해군 위생병 존 브래들리의 실제 참여 여부다. 사진에 찍힌 인물이 브래들리가 아닌 다른 병사라는 주장이 나와 미 당국은 이를 다시 검증하기로 했다.
오랜 전쟁으로 반전여론과 늘어난 군비 충당에 힘들었던 미 정부는 이 한 장의 사진을 이용해 국민들의 여론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었고 영웅으로 둔갑한 장병들은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여섯 번이나 발행한 국채를 홍보할 목적으로 이용당했다.
순간을 기록한 한 장의 사진은 정지된 역사로 남아 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사진 한 장으로 진정한 영웅들이 뒤바뀌게 되고 시간을 뛰어 넘어 논란거리가 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진은 정확하고 진실해야 하는 이유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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