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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운호 판ㆍ검사 로비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입력
2016.04.28 20:00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변호사의 과다 수임료 논란이 법조계의 검은 커넥션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정 대표 측이 검찰 수사 단계부터 구명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검찰과 법원이 석연찮은 사법처리를 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서다. 상황에 따라서는 대형 법조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정 대표 구명로비는 법조 비리의 종합세트 같다. 정 대표 측 브로커는 지난해 말 항소심 재판장인 부장판사와 저녁 술자리를 갖고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재판장은 다음날 법원에 재배당을 요청해 재판부가 바뀌었지만 판사와 브로커의 유착이 근절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정 대표는 변호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8명의 실명이 적힌 메모지를 건네며 “더 이상 로비를 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도 한다. 이 메모지에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 출신 변호사 등 유력 법조인들이 여럿 포함된 점도 전방위 로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 측 태도도 아리송하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한 검찰은 징역 1년이 선고되자 형량이 낮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런데도 항소심에서는 이례적으로 1심보다 6개월 적은 2년6개월을 구형했다. 더구나 검찰은 정 대표의 보석신청에 대해 사실상 보석으로 풀어줘도 상관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에도 보이지 않는 구명로비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정 대표 측의 구명로비를 폭로한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서 과다수임료를 받고 불법적 전관예우인 ‘전화 변론’을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성공보수금 뒷거래는 물론 법조 브로커 개입, 재판부 접대 및 사건 청탁, 선임계 없는 전화 변론까지 법조계 비리의 모든 유형이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다.

이번 의혹은 대형 스캔들로 번질 수 있는 폭발력을 지녔다. 일단 로비가 실패하긴 했지만 여러 경로로 로비가 진행된 사실은 드러났다. 그 자체만으로도 사법신뢰는 실추했다. 사법부와 검찰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관예우 폐지 등 재판과 수사의 투명성 보장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은 실상이 확인됐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변호사회가 조사하고 있다지만 현역 판사와 검찰 관련 여부 확인은 어렵다. 대법원과 검찰이 적극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사법신뢰를 다시 세운다는 자세로 명쾌하게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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