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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성근 리더십의 추락

입력
2016.04.27 20:00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리더십의 핵심은 성과주의다. 성적만이 모든 걸 말해 준다는 논리다. 그의 리더십 강연과 저서는 “더럽든 지저분하든 반드시 이겨야 한다”“선수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승리”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성적 지상주의 야구 스타일은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빈볼 의혹, 사인 훔치기 등 비신사적 작전과 선수 혹사 논란은 열성 팬만큼 많은 안티 세력을 만들었다. 그 동안은 어느 정도 성적이 뒷받침돼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다.

▦ 올 들어 한화 성적이 최하위로 곤두박질치면서 김성근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1년 여 전 김 감독 영입을 구단에 청원했던 팬 가운데 일부는 퇴진 요구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팬심의 돌변과 대중적 인기의 허무함을 탓하기에는 잡음이 너무 많다. 송창식 ‘벌투’ 논란에 이어 김 감독 아들인 김정준 코치의 월권 의혹, 일본인 투수코치의 갑작스런 사퇴 등 온갖 추문이 쏟아지고 있다. 팬들이 더욱 격분하는 것은 김 감독이 강조해 온 ‘노력’과 ‘열정’에 대한 이중적 태도다. 베테랑과 비싼 선수 영입에 치중해 유망주를 대거 팀에서 내보냈다.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팀의 미래까지 망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야구는 끊임없이 변한다. 풍부한 경험도 현대야구의 흐름에 맞춰 혁신하지 않으면 뒤처지기 마련이다. 한화의 성적 부진은 특타와 지옥훈련, 벌떼야구로 상징되는 김성근 식 야구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게 드러나는 과정이다. 경기운영 방식도 일관된 원칙이 없고 즉흥적이다. 김 감독은 “늘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스스로는 변화를 거부하고 독선과 만용에 빠져왔다.

▦ 김성근의 추락은 ‘우리에게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 감독을 보며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유능하다고 착각하고 모든 일을 자기 방식대로 처리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거다. 박 대통령과 김 감독은 2012년 대선 전에 만난 적이 있다. 김 감독은 그 후 청와대에서 리더십 강연을 했다. 김 감독은 그때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더 한 명이 혼자서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두 사람은 뚝심과 독선을 착각하고 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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