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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교과서 국정화에 맞불… 역사 보조교재 3종 만든다

입력
2016.04.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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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ㆍ유신체제 등 핵심 쟁점에

토론식 수업ㆍ비판적 사고 유도

내년부터 일선 학교에 보급 계획

객관식 시험선 학생 혼란 우려도

지난해 10월 서울 이화여대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지난해 10월 서울 이화여대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역사수업에서 건국절, 유신체제 등 역사적 쟁점에 대한 학생들의 토론과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자료를 보급하기로 했다. 다음달엔 시민, 학부모, 학생이 바람직한 역사교육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응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시교육청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6 역사교육 기본 계획'을 26일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다음달 9일 강북 지역, 23일 강남 지역에서 시민, 학부모, 학생이 참여하는 '역사교육 대토론회'를 열고, 6월4일에는 역사교사, 역사학자가 참여하는 전문가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어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역사교육 교재 개발에 착수, 내년부터 일선 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토론식 역사수업을 돕기 위한 교사 직무연수 실시도 계획에 포함됐다. 시교육청은 중장기적 역사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교수, 교사, 시민운동가 등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민주사회를 위한 역사교육위원회'(위원장 주진오 상명대 교수)를 올해 1월 발족했다고 밝혔다.

개발되는 교재는 모두 3종이다. '질문이 있는 교실, 토론이 있는 역사수업' 교재는 역사적 쟁점별로 다양한 관점이 담긴 자료로 구성돼 중·고등학교에 보급된다. 초·중등용인 '오늘과 만나는 역사'는 4·19, 5·18, 세계여성의 날 등 한국사 및 세계사 관련 기념일에 맞춰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교재다. '동아시아 평화교과서'는 동아시아 각국 역사·문화를 평화와 교류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중등용 교재다. '토론이 있는 역사수업' '오늘과 만나는 역사'는 내년, '동아시아 평화교과서'는 내후년에 일선 학교로 보급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3종 모두 명칭과 무관하게 교과서가 아닌,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참고 활용할 수 있는 보조자료"라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의 이번 계획은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한국사의 수능 필수과목 편입 등에 따른 역사교육 획일화나 역사지식 단편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근표 교육정책국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친일인명사전 학교 비치 논란, 위안부 협상 타결 등 굵직한 사건을 거치면서 교육청 차원에서 역사교육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보급할 교재의 내용이 국정 또는 정부 검인정 교과서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등학교에선 객관식 시험으로 역사학습 성과를 가리는 입시 및 평가체제를 놔둔 채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할 경우 학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진오 위원장은 "건국절 논란, 유신체제 등 핵심 쟁점도 교재에 포함될 수 있다"며 "다만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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