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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어버이연합 보도에 '상식 밖' 침묵

입력
2016.04.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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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언론보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지난 22일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언론보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보수 민간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커넥션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 KBS가 자사 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넘어 국가정보원과 청와대 등 국가기관과도 유착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KBS만 보도를 외면하는 모양새라 내부에선 “KBS도 검은 고리의 한 축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2일 KBS ‘뉴스광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송 보도된 어버이연합 관련 뉴스. 방송화면 캡처
22일 KBS ‘뉴스광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송 보도된 어버이연합 관련 뉴스. 방송화면 캡처

전경련의 자금 지원 커넥션에 이어 어버이연합과 청와대가 관제 데모를 협의한 구체적인 정황까지 확인됐지만 25일 현재까지 KBS의 침묵은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된 보도가 쏟아지던 지난 21일~25일 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에선 단 한 건의 관련 기사도 보도하지 않았다. 22일 오전 6시 방송된 뉴스광장에서 ‘경실련 “전경련이 어버이연합 지원” 수사의뢰’란 리포트를 아나운서의 입을 통해 전한 게 전부다.

이는 SBS 메인뉴스인 ‘8뉴스’가 21일 ‘전경련, 어버이연합에 뒷돈 지원? 의혹 일파만파’를 시작으로 ‘어버이연합 “복지재단 통해 전경련 돈 받았다”’(22일자) ‘어버이연합 “청와대 행정관과 집회 관련 논의했다”’(23일) 등 관련 기사를 사흘 내리 보도한 것과 대조된다. 더구나 이 시기 TV조선, MBN, 채널A 등 보수성향의 종합편성채널마저 메인뉴스를 통해 관련 의혹을 잇달아 보도한 걸 감안하면 KBS의 침묵은 상식 밖이란 목소리가 크다.

KBS의 한 관계자는 “KBS 내부에 고대영 사장을 중심으로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는 비호세력이 있는 한 어떤 의혹도 보도할 수 없다”며 “침묵이 계속된다면 KBS도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 라디오국에선 ‘기자 교체’ 논란까지 벌어졌다. 지난 21일 KBS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간추린 모닝뉴스’를 진행하던 KBS 소속 기자가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을 전한 뒤 하루 만에 교체되자 ‘징계성 교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 관계자는 “현재 라디오국 소속 조합원들이 당시 교체 지시를 내린 국장 면담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정도면 KBS가 어버이연합에 가입한 회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참담한 상황”이라며 “KBS는 당장 ‘어버이연합 게이트’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취재와 제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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