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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불패신화' 박신양의 연기 5

입력
2016.04.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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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로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배우 박신양(48)이 한 동안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KBS2 월화드라마의 체면을 살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동시에 막을 올린 지상파 3사 월화극 경쟁에서 ‘동네변호사 조들호’(12.1%)는 SBS ‘대박’(8.7%)과 MBC ‘몬스터’(8.1%)를 여유 있게 따돌리는 중이다. 재벌 2세부터 사채업자, 천재 법의학자, 변호사까지. 그는 배역을 막론하고 섬세하고 때론 폭주기관차 같은 에너지를 연기에 담아낸다. 드라마 ‘불패신화’를 써가고 있는 그의 연기를 되돌아본다.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KBS 제공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KBS 제공

▦ 동네변호사 조들호(KBS2ㆍ2016~)

권력의 눈치를 보며 승승장구하던 검사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동네 변호사로 돌아왔다. 가족과 사회적 지위 모든 걸 잃었지만 ‘갑의 횡포’에 맞서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꽤 짜릿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박신양 특유의 정확한 발음과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는 법정에서 변호사 조들호가 펼치는 변론에 사실감과 무게감을 더한다. 능청스럽고 뻔뻔한 코믹연기는 물론 이혼한 아내 사이에서 낳은 아홉 살 딸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까지, 이번 드라마에서 박신양은 그 동안 쌓아온 연기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헤치고 있다.

SBS 드라마 ‘싸인’. SBS제공
SBS 드라마 ‘싸인’. SBS제공

▦ 싸인(SBSㆍ2011)

최근 화제를 모은 tvN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이 드라마에서 박신양은 세계 법의학계가 주목하는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 역으로 열연했다. 틀린 걸 바로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이자 부패한 권력에 맞서며 진실을 밝히려 하는 모습이 조들호와도 닮아있다. 어눌한 듯 들리지만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 하나하나를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도 당시 화제였다. 박신양은 법의학자 역을 위해 실제 법의관들과 함께 먹고 자며 수 차례 그들의 부검을 참관하는 한편 160장에 달하는 배역 일지를 감독에게 전한 일화는 유명하다.

SBS ‘바람의 화원’. SBS 제공
SBS ‘바람의 화원’. SBS 제공

▦ 바람의 화원(SBSㆍ2008)

데뷔 후 첫 사극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박신양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재능의 조선 후기 천재 화가 김홍도로 변신했다. 당시 장난스럽고 유쾌하다가도 진지하고 묵직한 김홍도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박신양은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수 개월 전부터 전문가들에게 서예, 그림, 대금 등을 직접 전수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을 맞췄던 바람의 화원 장태유 PD는 이런 박신양을 두고 “활화산 같은 배우다. 자신을 직접 깨뜨리기 위해 여기저기 부딪힌다”고 표현한 바 있다.

SBS ‘쩐의 전쟁’. SBS 제공
SBS ‘쩐의 전쟁’. SBS 제공

▦ 쩐의 전쟁(SBSㆍ2007)

비정한 자본의 세계에서 냉혈한이 돼야 했다. 박신양은 아버지의 빚으로 사채업자가 된 금나라 역으로 활약했다. 박신양은 사채로 집안이 몰락하자 노숙을 전전하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사채업자로 변해가는 금나라의 인생 역경을 사실감 있는 연기로 표현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 해 SBS 연기대상도 이견 없이 박신양에게 향했다. 드라마는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넘어서더니 당시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해 ‘역시 박신양’이란 평가를 받았다.

SBS ‘파리의 연인’. SBS 제공
SBS ‘파리의 연인’. SBS 제공

▦ 파리의 연인(SBSㆍ2004)

이 드라마가 끝난 지도 벌써 12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대중은 여전히 박신양과 파리의 연인이란 연결고리를 잊지 못한다. 그만큼 강렬했다. 단 한번도 실패를 겪어보지 못한 까칠한 재벌 2세 한기주가 가난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캔디 강태영(김정은)에게 마음을 빼앗겨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최근 종영한 KBS2 태양의 후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드라마에서 박신양은 김 작가 특유의 낯간지러운 대사를 능청스럽게 해낸다. ‘애기야 가자’ ‘왜 말을 못해’는 아마도 역대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유행한 남자배우의 대사로 꼽히지 않을까.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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