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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도 '7년 징크스'... 왜 K팝 아이돌 그룹은 장수 못하나

입력
2016.04.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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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 사이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던 장현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그룹 비스트를 결국 떠난다. KBS 제공
멤버들 사이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던 장현승(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그룹 비스트를 결국 떠난다. KBS 제공

한류를 이끌던 K팝 아이돌 시장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일본과 중국, 미국 등에서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2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멤버들의 잇따른 탈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이달에만 2009년 데뷔한 두 아이돌그룹에 큰 ‘금’이 갔다. 지난 4일 YG엔터테인먼트가 공민지의 걸그룹 2NE1 탈퇴 소식을 알린 데 이어 19일 큐브엔터테인먼트(큐브)가 장현승의 보이그룹 비스트 활동 중단을 밝혀 충격을 줬다. 그룹 활동을 하며 일부 멤버들 사이에 곪아왔던 염증이 소속사 계약 종료 시점과 맞물려 터지면서 팀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공민지는 내달, 장현승은 10월 소속사와의 계약 종료를 각각 앞두고 있었다. 2009년 당시 동방신기의 세 멤버 김재중·김준수·박유천이 SM엔터테인먼트(SM)를 상대로 전속 계약(13년) 무효 관련 법정 소송을 치른 뒤 아이돌과 소속사의 계약 대부분은 7년으로 조정됐다. 많은 아이돌 그룹이 계약 종료를 앞둔 데뷔 7년째에 고비를 맞아 ‘7년 징크스’란 말이 나온다.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와 카라도 7주년이 되던 2014년에 일부 멤버가 팀을 떠나는 홍역을 치렀다. 2007년 데뷔한 카라는 내홍을 겪다 결국 지난 1월 활동 중단을 발표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아이돌 그룹이 빠르게 사라지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장수 아이돌이 넘친다. 일본에서 가장 큰 아이돌 기획사인 쟈니스 소속 아이돌 그룹의 활동 햇수만 따져도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25년(스마프), 22년(토키오), 21년(V6), 19년(킨키키즈), 17년(아라시) 동안 활동하고 있는 그룹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기무라 다쿠야 등이 속해 한국에도 친숙한 스마프가 올 초 해체 위기를 겪긴 했지만, 소속 그룹 모두 1990년대에 데뷔해 해체 없이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아이돌 그룹과 비교하면 생명력이 긴 편이다.

한국의 경우 신화를 제외하면 1990년대 데뷔해 해체 없이 활동을 이어 온 아이돌 그룹은 국내에 단 한 팀도 없다. 밖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K팝 아이돌의 산업적 기반이 그만큼 튼튼하지 않다는 뜻이다.

약 2년 동안 그룹 활동을 하지 못한 공민지(왼쪽에서 두 번째)가 2NE1을 지난 4일 떠났다. CJ E&M 제공
약 2년 동안 그룹 활동을 하지 못한 공민지(왼쪽에서 두 번째)가 2NE1을 지난 4일 떠났다. CJ E&M 제공

아이돌 그룹으로부터 다양한 활동을 이끌어내고 이를 계발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2NE1을 떠난 공민지는 약 2년 동안 가수 활동을 하지 못했다. 동료 멤버인 박봄이 2014년 7월 마약 밀반입 논란에 휘말려 팀 활동에 발이 묶인 탓이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20대 나이의 걸그룹 멤버가 2년 여 동안 마이크를 내려 놓는다는 건 경력에 치명적이다. 경제적으로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일본의 인기 걸그룹 AKB48은 소속사에서 전용극장을 만들어 상시 공연을 해 멤버들이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다”며 “방송 활동 없이도 가수로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의 자립을 위해 일본의 쟈니스는 ‘월급제’를 운영한다. 월급제는 소속 아이돌의 꾸준한 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신인 시절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룹을 떠나는 일을 막기 위한 조처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소속 가수의 성향이나 가능성 보다 기획사 입맛에 맞는 대로 팀이 꾸려지다 보니 데뷔 후 팀을 이탈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큐브는 장현승의 탈퇴 이유로 “멤버들 사이 서로 다른 음악적 견해에서 시작된 성격차이”를 들었다. 결국 소속사가 애초 음악적 성향이 다른 멤버들을 모아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비단 큐브 만의 문제가 아니다. A기획사에서 활동 중인 한 아이돌은 “애초 춤 추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 회사에 들어왔는데, 회사에서 밴드를 하라더라”고 귀띔했다. 어린 연습생 입장에선 데뷔에 목말라 회사의 뜬금없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해도, 이렇게 시작된 가수 활동이 오래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댄스 음악에만 집중하는 것도 K팝 아이돌이 단명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대부분이 군무에 초점을 맞춘 댄스 음악만 내세우다 보니, 무대에 설 유효기간이 그만큼 짧을 수 밖에 없다. 걸그룹이 장수하지 못하고 특히 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돌 그룹만의 음악적 색깔을 확고히 다지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전자 음악으로 올해 15년째 활동하는 일본의 3인조 걸그룹 퍼퓸이 좋은 예”라며 “지속 가능한 음악적 장르의 계발이 필요하다”고 봤다.

멤버들의 탈퇴는 그룹과 소속사에 큰 짐이다. 소속사와 수익 분배로 갈등을 빚거나 동료 멤버들과의 불화로 팀을 떠나는 악성 요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룹이 활동을 지속해도 멤버 탈퇴 이슈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녀 악영향을 끼친다.

아이돌 멤버들의 팀 탈퇴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내 기획사들은 멤버수가 정해져 있지 않은 그룹을 데뷔시키기도 한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그룹 NCT가 대표적인 예다. NCT는 고정 멤버가 없고 세계 도시 별로 운영하는 새 형식을 도입해 멤버 이탈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이런 개방형 그룹의 도입이 ‘아이돌 멤버 탈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기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고정 멤버가 없다면 팬들의 그룹에 대한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카드뉴스] 장현승이 '프로듀스 101'을 봤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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