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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들을 욕먹게 하는 ‘개매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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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얼마 전 반려견 ‘꿀꿀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을 때 일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목줄을 하지 않은 개가 나타나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더니 꿀꿀이에게 달려 들었다. “강아지 좀 떼어달라”고 하자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던 한 아주머니는 “개를 키우면서 왜 그래, 우리 개가 달려들기라도 했냐”며 오히려 짜증을 냈다. 순간 화가 나 “지금도 달려들고 있다, 또 목줄을 하는 건 기본 아니냐”고 했더니 아주머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이전에는 더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공원에서 꿀꿀이와 산책하는 도중 갑자기 뒤에서 “개 좀 잡으세요”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기도 전 그 개는 이미 꿀꿀이에게 달려들었고 등에는 이빨자국이 찍혔다. 꿀꿀이 상태를 살펴보는 동안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며 황급히 사라졌다.
반려견과의 산책은 반려인과 반려견 모두에게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목줄을 하지 않고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다른 반려인뿐 아니라 개를 무서워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유쾌한 것은 아니다. 개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는 반려인들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며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개가 어떤 돌출행동을 할 지는 주인도 모르는 일이다.
더구나 목줄을 하지 않는 것은 개에게도 위험하다. 실제 목줄을 안 맨 개는 교통사고에 취약하다. 얼마 전에는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개가 자전거와 부딪힐 뻔 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견주와 자전거 주인의 폭력 싸움으로 번진 일도 있었다.
동물보호법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외출할 때 목줄 등을 착용해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 3개월 이상 맹견과 외출할 때에는 입마개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것도 큰 민폐다. 개들이 주로 산책하는 아파트 단지 내 인도나 공원에 가면 곳곳에 치우지 않은 배설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얼마 전 열린 한 반려견 문화 축제에서는 반려인들이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돌아가 봄바람을 타고 날아든 배설물 냄새에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려야 했고, 결국 용역업체 직원들이 나서 배설물을 처리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려인들이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는 것이나 배설물을 방치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또 관련 규제도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의 ‘2016 한강공원 기초질서 확립계획’에 따르면 지난 해 11개 한강공원에서 반려견 관리소홀로 인해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16건에 그쳤다. 하지만 실제 단속, 계도 실적에서 반려견 관리소홀은 3만9,999건이나 됐다. 서울시는 앞으로 반려견 관리소홀(목줄 미착용 시 5만원, 배설물 방치 시 7만원)에 대해 엄격히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하는 ‘자격 없는 주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는 오는 7월1일부터 사람을 공격한 개 주인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최고 징역 14년형으로 확대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개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경우 80파운드(약 13만원)를 내야 한다. 중국의 한 지방정부에서는 ‘개 주인 벌점제’를 도입해 심한 경우 아예 개를 기르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반려인이라면 과태료나 처벌 이전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또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서라도‘펫티켓(펫+에티켓의 합성어)’은 지켜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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