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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나무 베어내고 얻은 사진이 예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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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 벌목으로 얻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연다는 작가도, 이를 받아준 전시 공간도. 온통 정신 나간 세상이지만 정신을 차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시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생각입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앞에서는 지난 12일부터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열리는 장국현 사진작가의 ‘천하걸작 사진영송’ 전시회를 규탄하는 것이다. 이 시위를 기획한 월간 포토닷의 박지수 편집장은 “전시가 끝날 때까지 시위를 하고 싶지만 혼자는 안될 것 같다”며 릴레이 시위를 ‘조심스레’제안했고, 19일까지 참여자는 20명에 이른다. 전시를 반대하며 개설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1인 시위 인증샷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모두 사진과 인연이 있는 이들이 거리로 나간 사연은 이렇다. 장국현 작가는 경북 울진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200년 넘은 금강송을 포함해 수십 그루의 나무를 무단으로 잘라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품 사진을 찍으려는데 그 사진 구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예술을 위해 무단 벌목한 그는 약식 기소돼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제명됐다. 이 경위를 안 예술의전당에서는 승인했던 대관 신청을 취소했지만, 작가가 소송을 냈다. 결국 법원에서 전시 허가가 났고 전시는 진행되고 있다.
예술의 세부 장르는 저마다 크고 작은 윤리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사진 작업의 윤리 문제가 유독 화제다. 회화 등 다른 장르와 달리 사진은 물체의 형상이 예술의 직접 재료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진가들이 “대상의 이미지를 훔치기 위해 예술을 팔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다고 토로한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동강 할미꽃도 그런 경우다. 봄이 오면 강원 정선과 영월을 찾아 동강 할미꽃의 고운 자태를 담으려는 사진 작가들이 숱하게 많다.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사진에 조금이라도 흥미 있는 사람이라면 할미꽃의 그 보송보송한 잔털을 역광으로 찍어 화면에 담을 때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건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꽃을 찍으려고 할미꽃을 덮고 있는 낙엽을 치우면 꽃은 금세 얼어 죽고 만다. 자생지 자체가 훼손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진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도 이런 문제를 자초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한 사진가는 “쓰레기를 전시해도 예술이라 하면서 유독 사진 속 앵글은 아름답기만을 바란다”고 지적했다. 사진작가 케이채도 아름다운 결과물만 좇는 현실을 지적하며 진짜 사진은 “그 사진을 찍는 작가의 마음까지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전시로 속죄하겠다”는 장국현씨의 말에 작가들이 더 분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도 사진의 경우는 1994년 퓰리처상을 받은 캐빈 카터의 ‘아이와 독수리’ 경우처럼 훨씬 더 자주 이런 논란에 휩싸이는 게 사실이다.
이런 윤리적 일탈의 유혹을 대부분의 사진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느낀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박지수 편집장은 “금강송을 베는 것은 사진작가의 윤리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일탈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리 문제로 환원해 개별 사안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사태가 가장 대중적이어서 더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진에 대한 접근을 고민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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