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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검열 의혹에... 젊은 연극인들 ‘검열각하’ 로 맞서다

입력
2016.04.1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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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극인들이 대학로 예술극장 앞에서 정부 검열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문체부, 예술위 검열에 반대하는 공연예술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연다.
젊은 연극인들이 대학로 예술극장 앞에서 정부 검열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문체부, 예술위 검열에 반대하는 공연예술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연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위원회 등 정부의 문화예술인 검열 의혹에 항의해 젊은 연극인들이 공연예술제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를 연다. 6월 9일부터 10월 30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과 야외에서 열리는 이번 예술제에서는 극단 신세계(김수정 연출), 돌파구(전인철 연출), 그린피그(박상현 연출) 등 20개 팀이 21개 공연, 토론회를 선보인다.

공연예술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극단 미인의 김수희 연출가는 1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대학로 팝업시어터 사태를 보면서 윤한솔, 부새롬, 이양구 연출가와 공연으로서 우리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자고 뜻을 모아 발기인이 됐다”며 “다른 동료들에게도 검열에 대한 의견을 물어 20개 팀이 모였고 공연이자 운동인 형식의 긴 페스티벌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극단 드림플레이테제21(김재엽 연출)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6월 9~12일)을 시작으로 극단 신세계(김수정 연출)의 ‘그러므로 포르노’(6월 16~19일), 극단 달나라동백꽃(부새롬 연출)의 ‘안티고네’(6월 23~26일) 등이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이어진다. 극단 그린피그의 윤한솔 연출,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이경성 연출은 야외극을 선보인다. 김 예술감독은 “각 연출가의 특성을 살려 연극을 비롯해 거리극, 토론이나 발표회 형식의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올해 권리장전 주제를 ‘검열’로 시작하고 내년부터 페스티벌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예술위 등이 지원 제도에서 특정인을 탈락시킨 것이 사실상 정부의 검열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이번 공연예술제에서는 지원금 없이 후원 모금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21개 공연을 제작할 “최소한의 비용” 4,300만원은 텀블벅(www.tumblbug.com/projectforright)을 통해 모금하며 후원금 규모에 따라 공연 티켓과 문화예술잡지 정기구독권 등을 되돌려 준다. 5월 1일 연극인, 시민들이 함께하는 행사 ‘프로젝트 굿즈’를 추가 발표한다.

지난해 문화예술위 등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만든 박근형(문화체육관광부 ‘창작산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던 이윤택(문화예술위 문학창작기금) 연출가의 작품을 심사에서 100점 점수를 주고도 지원 대상에서 떨어뜨리거나 선정 후 지원금 수령 포기를 종용해 반발을 샀다. 문화예술위가 운영하는 대학로예술극장 내 카페에서 열린 ‘팝업시어터’ 행사에 초대된 김정 연출의 ‘이 아이’는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유인화 공연예술센터장과 해당 간부 2명이 공연을 방해해 직무정지됐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젊은 연극인들이 대학로 예술극장 앞에서 정부 검열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젊은 연극인들이 대학로 예술극장 앞에서 정부 검열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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