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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층이 정권심판에 가세한 이유 뼈아프게 돌아보길

입력
2016.04.18 04:40

새누리당 참패와 여소야대로 끝난 4ㆍ13 총선 결과에 보수층도 만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본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5~16일 실시한 유권자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9.3%가 선거 결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진보층(86.5%)과 중도층(72.0%)은 그렇다 치고 보수층이 56.5%나 여소야대 결과에 만족을 표시했다는 것은 의외다. 보수층의 이반이 여당 참패의 주된 요인의 하나였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기반인 보수층으로부터도 외면 당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에 지역주의와 무관한 계층적 텃밭인 서울 강남벨트(서초_ 강남_송파_강동)에서 절반(10석 중 5석)을 야당에 내준 것은 보수층의 이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막장 공천극으로 드러난 오만과 독선은 물론이고 경제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정권의 무능에 상당수 보수층이 분노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보수층 이반은 새누리당만이 아니라 정권 차원의 위기라고 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신의 정치 응징을 호소했다. 총선 전날까지도 국정 발목을 잡는다며 야당과 국회의 심판을 국민들에게 주문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야당 탓, 국회 탓에 동의하지 않다는 것을 표로서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번 유권자인식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새누리당 패배 요인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40.0%)을 새누리당 잘못(38.0%)과 비슷하게 꼽았다. 야당과 국회 이전에 청와대와 새누리당부터 먼저 달라지라는 게 총선 민의인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5%로 급락하고,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26.2%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소야대 구도 속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 추락이 겹치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10개월 동안 국정동력을 이어가기 어렵다. 이른바 레임덕(권력누수)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안으로는 합리적 보수 노선을 재정립하고, 밖으로는 이번에 약진한 야당들과의 협력 정치를 모색해 나가는 것 외에 달리 길이 없다. 권력누수를 막겠다며 어설프게 사정 정국을 기도하거나 친박계 중심으로 새누리당의 재편을 꾀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는 총선 결과로 나타난 엄정한 정권 심판 민의를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총선 참패 후 첫 조치가 스스로 내친 무소속 당선자들 입당 허용인 것은 새누리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뜻이다. 순리에 따라 발상을 전환하고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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