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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없애려던 선진화법, 앞으론 野에 맞설 ‘방패’

입력
2016.04.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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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 확보해야 쟁점법안 처리

공약대로 폐기 땐 차기엔 되레 독

1당 몫 의장 쟁탈전도 치열할 듯

4.13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본청을 떠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4.13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본청을 떠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0대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새누리당이 역설적으로 선진화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과반에도 못 미치는 122석을 얻는 데 그쳐, 선진화법이 없으면 야권이 과반수로 법안 통과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화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회법 85조는 쟁점 법안 처리 시 재적 의원 5분의 3의 동의를 구하도록 했다. 때문에 180석(재적의원의 5분의 3)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 아니면 과거처럼 몸싸움을 벌이거나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법안 처리 때마다 매번 더불어민주당과 끝없는 협상을 벌여야 했던 새누리당은 이런 이유로 선진화법을 망국법이라 규정,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하는 등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이번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과 야당의 처지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선진화법 조항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하는 헌법 49조를 침해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헌재에서 받아들여지면 당은 소송에서 승리하고도 선진화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쟁점 법안 처리 요건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과반 다수결로 하향 조정되면 더민주(123석)와 국민의당(38석)이 합세한 야권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대 국회 국회의장도 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완화하면 도리어 새누리당에게 독이 되는 것이다. 애초 새누리당이 18대 국회 말미에 국회선진화법에 동의한 것도, 당시 19대 국회에서 과반이 차지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아 그에 대비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되면서 국회의장 쟁탈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국회의장은 통상 다수당의 몫이었지만 4ㆍ13 총선 결과 더민주(123석)와 새누리당(122석)이 비슷한 의석 수를 획득, 압도적 다수당이 없기 때문에 양당에서 모두 후보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국민의당(38석)이 어느 당에 표를 몰아주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유승민ㆍ주호영ㆍ윤상현 당선자를 비롯, 자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 7명을 복당시켜 제1당의 지위를 회복한다 해도 국민의당이 더민주에 표를 몰아주면 의미가 없다. 현재 더민주에서는 6선 반열에 오른 정세균, 문희상, 이석현 당선자가 국회의장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고 새누리당에서는 8선 고지에 오른 서청원 당선자와 5선의 정갑윤 당선자가 유력한 후보군이다. 국회부의장의 경우 더민주에서는 5선이 된 원혜영ㆍ이종걸ㆍ추미애 당선자가, 새누리당에서는 심재철ㆍ정병국 당선자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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