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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환율조작 강력대응”… 한국에 불똥 튀나

입력
2016.04.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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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 응징 규정 BHC법

무역흑자 규모 큰 中ㆍ獨 겨냥 불구

한국ㆍ대만 먼저 적용 가능성 우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이 일부 국가의 환율 저평가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강한 어조로 지적하고 나섰다. 루 장관의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환율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전반적으로 강경해진다면 대미 흑자 규모가 큰 한국 역시 그 파장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우리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문제 고삐 죄는 미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루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이 환율 문제와 글로벌 불균형에 대해 좀 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제는 IMF가 환율, 경상수지 불균형, 세계적 총수요 부족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루 장관의 이런 발언이 중국 독일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를 노린 것으로 해석했다.

지금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등 일부 대선 후보들이 환율 조작 문제를 꾸준히 거론해 왔는데, 이번에 재무장관이 나서 환율 문제를 언급한 것은 미국 대선에서 무역수지 적자 문제가 줄곧 주요 이슈를 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제조업체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중국 등이 의도적으로 환율을 저평가하거나 저평가를 방치하는 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미국 상품 수출을 가로막고, 미국 적자폭을 늘리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15일 환율보고서 촉각

특히 루 장관의 이번 발언은 15일 미 재무부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환율정책을 조사한 반기보고서를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발표하는데, 이번 보고서는 환율조작국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규정한 베닛-해치-카퍼 법(BHC법)의 첫 적용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 법은 ▦대미 무역흑자가 크고 ▦전체적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며 ▦환율 개입을 한 방향으로만 하는 나라를 심층분석 대상국(환율조작 의심국가)으로 지정하고, 미 연방정부에 해결책 마련 등 후속조치를 강제하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 명단에 오를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이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가 보는 것과 상관 없이 미국의 기준에 따라 과소평가된 통화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금 대선 기간이고 미국에서 환율 문제는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정치 이슈라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이스라엘 스위스 중국도 흑자 규모가 크지만 아무래도 한국 대만 등 비교적 만만한 나라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의 경우는 세번째 조건(일방향성)에 맞지 않아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한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최근 “우리는 외환정책이 (평가절하 쪽으로) 한 방향으로 지속된 게 아니라 균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심층분석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 과거 환율보고서 내용을 보면 미 재무부는 “한국 정부가 시장의 양면에 모두 개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줄곧 내렸고, 지난해 10월에는 “대체로 균형적”이라고 평가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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