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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동물정책을 위한 투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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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길고양이 600마리를 뜨거운 물에 넣어 죽인 뒤 식용으로 유통시킨 남자에게 법원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집행유예라니.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다. 초범인 것을 참작했다는데 학대 대상이 길고양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지, 끓는 물에서 산 채로 죽어가는 고통이 인간과 길고양이가 어떻게 다른지 법원의 답변을 듣고 싶다.
동물학대 죄에 유독 관대한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동물보호법만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도 없다. 동물 관련법도 부실하지만 집행의지도 없는 것이다. 동물학대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외국과 비교된다.
국민들의 생명의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덕분인지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동물 관련 법안 발의나 입법 공청회 등이 활발했다. 반가운 일이었다. 그 분위기를 몰아서 동물보호법이 강화되고 동물원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말만 무성했을 뿐 소득이 없었다. 특히 동물원법은 동물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시동물, 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했음에도 2년여 동안 국회에서 떠돌다가 회기가 끝나 버렸다.
“아동복지, 노인복지도 아직 미성숙한데 동물복지는 이르다.”
동물원법을 논의한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한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국회로 보낸 입법자들의 수준이다. 아동복지, 노인복지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지 않나. 어떤 약자도 보호의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법자로서의 기본이 없다. 90%에 달하는 국민들이 동물원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는데 시대의 요구라고 생각했던 동물원법 제정은 이렇게 실패했다. 코앞에 다가온 선거에서는 약자에 공감하는 입법자를 국회에 보낼 수 있을까.
2004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상원의원 선거가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시 루이지애나 주는 동물학대와 도박의 온상인 투계(닭싸움)가 합법이었고, 민주당 후보인 크리스 존은 투계를 중요한 전통 산업이라며 지지했다. 루이지애나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의원이 배출되는 곳이어서 그의 당선은 확실시 되었지만 동물단체는 존 낙선 운동에 돌입한다.
동물단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여성 유권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잡아서 설득했고, 선거 결과는 존의 낙선! 기존에 민주당을 지지했던 여성 유권자의 32%가 동물복지를 지지하는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리고 2008년 8월 루이지애나는 투계를 중범죄로 다루는 법을 발효한다. 시민단체의 활동과 유권자의 각성이 선거 결과를 뒤집고 새로운 법을 만들어냈다.
우리도 동물구조, 보호소 운영 등 학대의 뒤처리가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反학대 정책을 이끌어낼 입법전쟁이 필요하다. 동물 학대, 동물 이용 산업을 근절할 방법은 강력한 법을 제정해서 교도소에 수감하거나 돈을 벌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입법전쟁은 진전이 느리고 자주 중단되겠지만 동물학대를 근절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그래야 지금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학대를 범죄로 인식하는데 현실에서 동물학대자는 처벌받지 않고 동물 이용 산업은 번창하는 정치적으로 이상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두 소수 정당이 좋은 동물 정책을 많이 내놓았다. 동물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만 나올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정책들이다. 정당 투표를 잘해서 동물학대 정책 싸움에서 멋지게 싸울 입법 전사들이 여럿 국회로 가기를 바란다.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 웨인 파셀,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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