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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선거가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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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누구도 승리로 보기 어려워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 권력투쟁 본격화
박 대통령부터 정치 문제 간여 말아야
선거가 혼전 양상이지만 판세의 윤곽은 대강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는 기정사실인 반면, 야권은 패배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 분열의 원심력이 새누리당 ‘막장 공천’의 흠집보다 훨씬 깊은 상처를 낸 게 원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성적표에 따라 탈락자와 완주자가 가려지고 새로운 주자들도 나타난다. 이번 총선이 종전의 선거 구도와 확연히 다르게 전개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여권의 죽기살기식 계파싸움과 통합 공식에 어긋난 야권의 분열상이 대표적 현상이다. 대선 후보들이 총선을 대선을 겨냥한 입지 구축의 발판으로 삼으면서 혼란과 분열 양상이 짙어진 것이다.
친박의 무리한 비박 쫓아내기와 김무성의 옥새 파동은 대선이 아니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문재인이 김종인을 모셔와 친노 탈색을 시도한 것과 안철수가 딴살림을 차리고 야권 연대를 끝까지 거부한 것도 대선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온갖 변칙과 추태로 점철된 선거이기에 후유증이 결코 적을 수 없다. 선거 결과의 책임은 고스란히 대선 주자들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다. 일부는 후보 대열에서 이탈하거나 아예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당장 집권 여당 내에서의 책임론이 거세게 일 게 분명하다. 당초 야권 분열로 개헌가능선(200석)이나 선진화법 무력화 의석(180석)을 기대했으나 목표치가 낮아진 데 대한 책임 논란이다. 선거 전부터 부글부글하던 친박은 김무성에게 일제히 화살을 돌릴 것이고, 비박계는 친위세력 구축 욕심에 사로잡힌 청와대와 친박을 겨냥하며 충돌할 것이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김무성을 쳐내기로 마음먹은 친박에게 선거 결과는 덤터기를 씌울 호재일 뿐이다. 김무성이 파상 공격을 버텨내기에는 세력도 지지기반도 부족하다. 선거 기간 김무성은 보수혁신 비전 제시가 아니라 철 지난 색깔론으로 일관했다. 친박에도 버림받고 기존 보수와의 차별화도 하지 못한 김무성의 앞날은 어둡다.
야권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은 선거 결과에 따라 정계 은퇴까지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100석에 크게 못 미치거나 호남에서 절반 이하의 참패를 하면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게 아니더라도 호남이 등을 돌린 사실이 확인된 점이 가장 뼈아프다. 우리 정치사에서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한 야권 후보의 대선 승리는 불가능에 가깝다.
교섭단체를 넘어 30석 안팎의 의석이 예상되는 안철수는 외형적으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수혜자로 보이지만 그 역시 대선 주자로서는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호남을 근거지로 삼아 20년 만에 제3당으로 부상하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나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야권의 교두보이기는 하지만 호남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퇴물에 가까운 의원 구성과 구태정치를 답습한 행태로는 지지세력 확장이 힘들다. ‘호남 자민련’에 머물러 있을 경우 보수 우위의 정치 지형 강화의 조력자라는 오명을 쓸 여지도 적지 않다.
결국 여야 대선 주자 누구도 승리를 선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꾸로 말하면 민심이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다수 국민은 대권 병에 사로잡힌 정치인들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유권자들이 그나마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선거가 끝나면 여당과 야당은 다시 무한 권력투쟁을 벌일 태세다.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또다시 무력감과 탄식, 분노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청년실업으로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남은 임기 동안 권력투쟁에서 손을 거두고 국정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정치 활극을 그만두고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를 해야 한다. 선거 후가 더 걱정이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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