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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칼럼]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창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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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달’ 4월, 희비를 가르는 일들이 유난히 많다. 제주 ‘4ㆍ3사건’과 ‘4ㆍ16세월호사건’은 화해로 승화시켜야만 할 비극이다. ‘4ㆍ11’과 ‘4ㆍ19’는 희망의 상징, 4월 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창건일이고 ‘4ㆍ19’는 반독재 민주혁명의 날이다. 두 날은 민주한국을 가능하게 했고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토대가 되었다.
1919년 4월 10일 오전 10시, 손정도 등의 제의로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13도 대표 29명이 모였다. 이 무렵 상하이에 있던 1,000여명의 교민은 한 달 전부터 진행되는 3ㆍ1독립운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날 모임은 임시의정원이라 명명했고 의장에 이동녕이 선임되었다. 모임의 목적은 3ㆍ1독립선언을 구체화하는 것. 독립을 선언했으니 나라를 세우는 일이었다. 밤새 토론 끝에 그 이튿날(11일)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이어서 ‘민주공화제’ 규정을 포함한 10개항의 임시헌장을 채택해 정부를 구성했다. 대한민국의 탄생이다.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한 것은 1910년에 망한 대한제국에서 ‘대한’을 다시 찾고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 ‘민국’을 세운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기 위해서다. 국망 후 초기의 독립운동은 왕조 회복을 의미하는 복벽(復?)운동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주권행사의 권리와 의무가 국민에게 있다는 1917년의 대동단결선언을 계기로 주권재민 사상이 확립되기 시작했다. 3ㆍ1독립운동에 참여한 지도자들은, ‘어떤 나라를 세우려는가’라는 일제 재판관의 질문에 “우리는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세우려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이를 구체화한 것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다.
기미년 3월 1일 독립을 선언하자 나라를 운영해 갈 임시정부가 여러 곳에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블라디보스토크의 대한국민의회정부와 서울의 한성정부,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 상하이 임정의 내무총장으로 부름 받은 안창호는 상하이에 도착해 다른 지역의 임정과 긴밀히 연락하면서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서둘렀다. 그 결과 1919년 9월 11일 서울의 한성정부를 법통으로 하는 통합임시정부를 재출발시켰다. 통합임시정부는 대통령제를 채택했으나 이승만의 탄핵 이후 국무령제, 주석제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2년 윤봉길의거를 계기로 피난길에 올랐다. 1940년 중경에 이른 임시정부는 이당치국(以黨治國)의 정당정치를 수행했고 좌파세력과 제휴하여 좌우연합정부를 수립, 명실공히 독립운동의 영도기관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임정 산하에 둔 광복군은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등지에서 연합군과 항일공동작전을 수행했고 국내에 투입할 정진대의 훈련이 끝날 무렵 해방을 맞았다.
최근 어느 고위공직자가 임정은 정부가 아니라 운동단체에 불과하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런 발언은 뉴라이트들이 대한민국의 뿌리를 부정하면서 자주 사용해 왔다. 좌우정당활동을 활발히 전개한 임정은 중국에서만 네 차례에 걸쳐 개헌한 헌법을 갖고 있었고, 그 헌법에 따라 의정원과 정부를 두었으며, 외교활동을 벌였고, 산하에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제헌헌법은 기미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입정)을 계승하여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명시했고 현행 헌법 또한 임정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다.
임정은 일제의 폭정 아래서 독립운동의 상징이었고 겨레의 희망이었다. 헌법에까지 그 계승이 명시된 3ㆍ1운동과 임정은 그 뒤 친일세력 때문에 홀대 받았다. 3년 후 100년이 되지만 기념탑이나 기념관조차 없다. 3ㆍ1운동 및 대한민국 100주년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기념탑과 기념관이라도 제대로 건립하여 후세에 남기는 것이 역사에 대한 도리다.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에펠탑은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돼 그 역사적 상징성을 뚜렷이 부각시켰다. ‘미국 독립운동 못지 않은 3ㆍ1혁명’과 ‘대한민국 100주년’을 제대로 기념하는 것, 그것은 우리 시대가 민주한국을 자랑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과제다.
숙명여대 명예교수ㆍ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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