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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초월한 최악 PPL 4

입력
2016.04.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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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송중기)대위는 해외로 파병을 갔는데도 홍삼을 즐겨 먹는다. KBS 방송화면 캡처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유시진(송중기)대위는 해외로 파병을 갔는데도 홍삼을 즐겨 먹는다. KBS 방송화면 캡처

직업 군인 유시진 대위는 해외로 파병을 가도 꼭 홍삼을 챙겨 먹는다. 여자친구이자 의사인 강모연(송혜교)의 몸 보신을 위해 전장 속에서도 O약탕기로 백숙을 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 배려남이다. 데이트를 할 때는 꼭 D커피숍에 가 커피를 즐긴다. 술 먹고 난 뒤 해장은 S샌드위치점에서 한다. KBS2 드라마‘태양의 후예’속에 등장한 간접광고(PPL)를 송중기의 드라마 속 일상으로 재구성한 풍경이다. 특히, 극 주요 배경이 가상국가인 우르크에서 서울로 옮겨진 지난 6일 방송에서는 10여개에 이르는 PPL이 쏟아져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파병지에 돌아오자‘PPL의 후예’가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태양의 후예’로 촉발된 드라마 속 ‘역대급 논란 PPL’ 사례를 정리했다.

KBS2 '태양의 후예' 속 서대영 상사(진구)와 윤명주 중위의 키스신. 자동운전주행 기능이 없는 차에선 불가능한 장면이다. 드라마 메인 스폰서 업체 PPL이다. KBS 방송 캡처
KBS2 '태양의 후예' 속 서대영 상사(진구)와 윤명주 중위의 키스신. 자동운전주행 기능이 없는 차에선 불가능한 장면이다. 드라마 메인 스폰서 업체 PPL이다. KBS 방송 캡처

위험천만 아찔한 PPL...서대영·윤명주 차 키스신

‘태양의 후예’PPL의 정점은 서대영 상사(진구)와 윤명주 중위(김지원)가 찍었다. 지난 6일 방송된 차 속 키스 장면이 문제였다. 서 상사가 차를 몰다 갑자기 운전대에서 손을 내려 놓고 윤 중위와 수 초 동안 입을 맞추는 위험천만한 장면이 전파를 타서다. 드라마 메인 스폰서인 H사의 특정 차에 장착된 자동주행모드를 보여주기 위해 쓰인 장면이다. 아무리 간접광고라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드라마 속 서 상사와 윤 중위의 달콤한 키스 장면의 낭만은 사라졌다. 대신, PPL의 무리수란 오명만 남았다. 제작비 130억 원이 투입된 ‘태양의 후예’는 PPL로만 3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KBS2 일일연속극 '다 잘 될거야' 속 간접광고들. 광고주 업체와 해당 제품의 노출수를 조목 조목 짚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방송 캡처 편집 사진이다.
KBS2 일일연속극 '다 잘 될거야' 속 간접광고들. 광고주 업체와 해당 제품의 노출수를 조목 조목 짚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방송 캡처 편집 사진이다.

살아있는 PPL…광고주 출연해 제품 홍보

PPL도 진화한다. 상품 노출을 넘어 ‘인간 PPL’까지 등장했다. KBS2 일일연속극 ‘다 잘될거야’에서는 간접광고주인 C건강식품회사 회장이 직접 드라마에 출연해 시청자를 경악시켰다. 제품을 노출시키는 걸 넘어 간접광고주 회장을 출연시켜 제품 홍보를 해서다. 이 회장은 책상 위에 펼쳐 있는 책자를 연기자들과 보며 “장을 불편하게 하는 유해균은 잡고”라며 자사 제품의 기능을 설명까지 한다. 극중 배동숙(조미령)은 “우리 회사 사장님”이라며 소개한다. ‘살아 있는’ PPL의 등장이다. 이 뿐이 아니다. 이 문제의 장면에는 간접광고사 제품을 설명하는 입간판을 비롯해 판매 제품이 10여 개 넘게 노출돼 홈쇼핑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공영방송이 제작한 이 드라마는 지난 2월 간접광고 위반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 하여금 법정제재인 경고 처분을 받았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등장한 '목우촌' 한글 간판. SBS 방송 캡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등장한 '목우촌' 한글 간판. SBS 방송 캡처

시대 역행 PPL…조선시대 장터에 등장한 ‘목우촌’ 간판

조선시대 저잣거리. 잠행을 나간 숙종 이순(유아인) 옆으로 ‘목우촌’이란 한글 간판이 떡 하니 나타났다. 2013년 5월27일 방송된 SBS 사극‘장옥정, 사랑에 살다’ 한 장면이다. 드라마 간접광고 업체의 브랜드가 조선시대 푸줏간 이름으로 사용된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당시 한글이 널리 쓰였다는 역사적 문헌을 확인”해 친절하게 상점 간판에 한글을 써 놓았다고 설명했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싸늘했다. 1600년대를 다룬 사극 속에 2000년대 브랜드를 노출해 극의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PPL은 사극에도 깊숙이 침투했다. MBC ‘아랑사또전’(2012)에서는 보쌈업체 N사 캐릭터가 등장했고, ‘구가의 서’(2013)에서는 조선시대에서 현대로 넘어온 최강치(이승기)가 건강식품업체 O사의 발효홍삼 개발자가 돼 제품을 들고 잡지 광고에 등장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 시청자를 당황하게 했다.

MBC '더 킹 투 하츠' 속 도덧 PPL. MBC 방송 캡처
MBC '더 킹 투 하츠' 속 도덧 PPL. MBC 방송 캡처

광고 카피 연상케 한 노골적 PPL

“도넛에는 커피”. CF속 대사가 아니다. 배우 이승기가 지난 2012년 4월 방송된 MBC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서 하지원에 한 말이다. 도넛·커피 전문제작업체가 드라마 제작 지원을 해서 벌어진 일이다. 극중 대한민국 왕자(이승기)가 시도 때도 없이 도넛만 먹어 지나친 PPL로 시청자의 불만이 컸던 드라마다. ‘더 킹 투하츠’가 아니라 ‘던킨 투 하츠’라 조롱 섞인 말이 나왔을 정도다. 대놓고 방송 내내 도넛을 홍보한 ‘더 킹 투하츠’는 결국 간접광고 위반으로 방통심의위에서 주의 조처를 받았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16부작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3억~4억원이다. 이 가운데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50%를 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높아져만 가는 제작비를 PPL로 메우려다 보니 벌어지는 씁쓸한 풍경이다. 평일 오후 10시 대 방송되는 미니시리즈의 경우 한 업체가 간접광고 투입 시 5억 원 선의 제작비를 지원 받는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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