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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유채ㆍ청보리, 봄 입맛도 살려줘요

입력
2016.04.06 18:32
봄을 화려하게 수놓는 유채는 훌륭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봄을 화려하게 수놓는 유채는 훌륭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가파도 청보리.
제주 가파도 청보리.

제주도의 봄도 화려하다. 유채꽃부터 벚꽃까지 여기저기에서 봄을 알리는 꽃들로 봄의 향연이 펼쳐진다.

화사한 벚꽃이 입구부터 만발한 제주대 캠퍼스를 지나 유채꽃이 가로수처럼 터널을 이룬 가시리의 녹산로에서 봄꽃은 절정을 이루는 듯하다. 제주에는 벚꽃 중에서도 꽃잎이 크고 아름다운 제주 자생종인 왕벚꽃이 탐스럽다. 4월 초면 제주시 전농로, 제주대 입구를 비롯해 광령리 무수천 항목유적지 거리 등 벚꽃길로 인기 많은 길 외에도 가로수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단, 제주도가 워낙 바람이 거세 하룻밤 사이에 벚꽃길이 바닥만 분홍색으로 물든 길로도 바뀌는 경우가 있어 아쉽기는 하다.

봄 제주를 떠오르는 유채꽃 또한 제주의 푸른 바다와 검은 현무암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은 경관을 보여준다. 특히 가시리 녹산로는 온통 유채꽃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늦가을에 파종해 겨울을 넘긴 뒤 이른 봄에 꽃이 피고 씨를 맺기 때문에 ‘겨울초’라고도 한다. 봄에 만발한 유채꽃은 식용 꿀의 중요한 재료이고 열매에서 짠 기름은 식용유와 공업용으로도 사용한다. 유채는 흑종과 적종이 있는데 제주도에서는 수확량이 많고 품질이 좋은 흑종을 많이 재배한다. 씨앗에서 기름이 나와 20% 정도의 단백질을 함유한 식용유를 만들어 콩기름 다음으로 많은 소비량을 보인다. 특히 건강식으로 인정받는 카놀라유도 유채 기름의 일종이다.

유채 잎은 봄동과 함께 입맛을 살려주는 대표적인 봄나물인데 추운 노지에서도 잘 자라며 생명력이 강해 농약을 치지 않아도 된다. 제주도에서는 배추와 무가 귀할 때는 유채를 겉절이나 물김치로도 사용했다. 주로 잎과 꽃줄기가 약간 억세고 향이 강해 살짝 데쳐서 참기름이나 된장에 무쳐 먹는다. 유채에는 칼슘, 인, 비타민 등의 무기질이 많고 특히 꽃대에 영양소가 많아 염증을 치료하거나 혈액 순환을 촉진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연한 줄기와 잎은 김치, 나물, 국거리로 다양하게 활용돼 봄철 춘곤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4월부터 가파도는 청보리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세월호 사고로 잠시 중단된 적도 있으나 가파도 청보리 축제는 매년 4~5월이면 여러 가지 이벤트와 함께 열린다. 올레길을 따라 푸른 청보리 밭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는 연인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덤으로 제주도의 비경 중 하나로 바닷물의 침식 작용으로 가장 먼저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용머리 해안의 절경도 먼 발치에서 보인다.

논농사가 부진한 섬의 여건 상 청보리는 서민들에게 중요한 식량의 공급원이었다. 요리사에게 가파도 청보리는 백미에 비해 수분 흡수가 더뎌 이탈리아 요리인 ‘리소토(risotto)’에 매우 적합하며 식이섬유소가 약 다섯 배 높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이다. 또한 찹쌀을 한줌 섞은 뒤 바닷가의 톳과 함께 밥을 지으면 별미 톳밥이 완성된다.

보리밥에 달래 양념장과 유채 나물 무침을 함께하면 나른한 봄날에 잃었던 식욕을 한번에 되찾을 것 같다.

이재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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