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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모터사이클’ 엔진에는 다시 불이 붙을까

입력
2016.04.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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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밖으로 멀어지다 10년 만에 부활한 모터사이클쇼

모처럼 연 판매량 10만대 회복 기대감

레저용 모터사이클 시대로의 변화 시작

31일 개막한 서울모터사이클쇼에서 스즈키가 미디어 컨퍼런스를 하고 있다.
31일 개막한 서울모터사이클쇼에서 스즈키가 미디어 컨퍼런스를 하고 있다.

모터사이클이 주연인 전시회가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습니다. 올해가 첫회인 ‘2016 서울모터사이클쇼’입니다.

모터사이클쇼는 2006년 대구국제모터사이클쇼 이후 명맥이 끊겼다가 무려 10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그 10년 간은 모터사이클 업계에겐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날고 기는 자동차들의 무대인 모터쇼 한쪽 구석에서 조연으로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죠.

올해 상반기 출시되는 두카티의 엑스디아벨S(왼쪽)와 혼다가 국내에서 처음 공개한 CRF1000L 아프리카 트윈.
올해 상반기 출시되는 두카티의 엑스디아벨S(왼쪽)와 혼다가 국내에서 처음 공개한 CRF1000L 아프리카 트윈.

모처럼 자리가 마련되자 새로운 녀석들이 자태를 뽐냈습니다. 수입 모터사이클 1위 혼다코리아는 오프로드의 전설 XRV 시리즈를 잇는 ‘CRF1000L 아프리카 트윈’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XRV 시리즈는 1980년대 ‘죽음의 레이스’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수 차례 우승을 거머쥔 혼다의 자랑입니다. 국내에서는 오는 6월부터 판매한다고 합니다.

BMW그룹 코리아는 대형 스쿠터 ‘뉴 C650 스포트’와 ‘뉴 C650 GT’를 이날 출시했습니다. 스쿠터인데도 배기량 647㏄ 엔진은 60마력의 추진력을 발휘합니다.

BMW가 국내에 출시한 대형 스쿠터 뉴 C650 스포트(왼쪽)와 뉴 C650 GT.
BMW가 국내에 출시한 대형 스쿠터 뉴 C650 스포트(왼쪽)와 뉴 C650 GT.

미국 최초의 모터사이클 브랜드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중후한 모델들도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역사를 따지자면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할리데이비슨(1903년)보다 2년 빠른 1901년 창업했습니다. ‘아메리칸 모터사이클’의 전형을 만든 브랜드인데, 1953년 이후 50년간 방황하다 2013년 대표 모델 치프 시리즈를 다시 내놓고 재기에 나섰죠. 국내에는 화창상사가 2014년 들여왔습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는 올해 새로 출시한 ‘팻보이 S’를 비롯해 14종의 모터사이클을 전시했습니다. 특히 외국 미녀 모델들을 내세워 미디어와 관람객의 눈길을 잡아 끌었습니다. 요즘 모터쇼는 여성이나 청소년 관람객 비중이 높지만 아직도 모터사이클쇼에는 남성 숫자가 압도적입니다.

외국 여성 모델들이 전면에 나선 할리데이비슨 부스.
외국 여성 모델들이 전면에 나선 할리데이비슨 부스.

서울모터사이클쇼에는 9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국내 업체는 KR모터스 한 곳뿐입니다. 혼다 BMW 할리데이비슨 스즈키 킴코 가와사키 두카티 인디언모터사이클은 모두 외국 업체입니다. 국내 모터사이클 판매량 1위 대림은 협찬만 하고 전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관람객이 관심을 갖는 고배기량 모델이 없다”는 1위의 불참 이유가 씁쓸합니다.

자동차 몰기가 쉽지 않았던 1980~90년대 모터사이클은 젊은이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영화 ‘우견아랑’(1989년)과 ‘비트’(1997년)에서 각각 모터사이클을 탄 저우룬파(周潤發)와 정우성의 아우라는 엄청났습니다.

병행수입이나 미등록이 있어 정확한 통계를 산출할 순 없지만 국내 모터사이클 판매대수도 이때 절정에 달했습니다. 최고점은 1997년 30만2,000대였죠.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진 1998년에는 14만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후 2000년대 후반까지 10만~14만대에 머물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습격한 2009년에 8만7,000대로 바닥을 쳤습니다. 이후 아직까지 10만대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죠.

모터사이클 엔진이 식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젊은이들의 눈높이가 보다 편하고 안전한 자동차 쪽으로 이동한 영향이 클 겁니다. 악명 높은 3ㆍ1절 폭주족조차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국산 업체들은 고배기량 레저용 모터사이클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웬만큼 타려면 차보다 비싼 수입 모터사이클을 사야 하니 시장이 급격히 커질 수 없었죠.

중구난방인 명칭에서도 현재 침체된 모터사이클 산업의 현실이 드러납니다. 자동차는 법적 용어가 자동차이고, 모두 자동차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모터사이클의 법적 용어는 이륜차, 실생활에서는 콩글리시인 오토바이, 마니아들은 바이크 등으로 부르죠.

2016 서울모터사이클쇼 포스터. 한국이륜자동차협회 제공
2016 서울모터사이클쇼 포스터. 한국이륜자동차협회 제공

모터사이클 업체들이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KoMIA)를 중심으로 10년 만에 다시 뭉친 것도 일반인의 관심 밖으로 점점 멀어지고 있는 모터사이클 엔진에 다시 불을 댕기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신규 등록된 모터사이클은 9만9,939대로 거의 10만대에 도달했습니다. 2014년 대비 성장률은 7.8%이지만 배기량 125㏄ 이상 대형 모터사이클은 22.5%나 늘었습니다. 업체들의 바람대로 국내 시장도 배달 위주에서 레저용으로 모터사이클의 용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형 위주인 대림의 판매량이 2008년 7만8,437대에서 지난해 3만6,650대로 반토막이 난 반면 같은 기간 혼다(3,639대→1만4,505대) BMW(462대→1,946대) 할리데이비슨(824대→1,962대) 등이 급격히 성장한 것도 이를 증명합니다.

모터사이클 산업이 자동차처럼 폭발적으로 커질 수는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사고가 났을 때 크게 다칠 위험성이 크니까요. 그래도 선입견을 털어버리고 당당히 레저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고만고만한 시장에서 이전과 같은 속도로 달릴지 궁금합니다. 모터사이클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글ㆍ사진=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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