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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아이들 더 고통… 영상으로 담는 노력들

입력
2016.03.28 04:40
후쿠시마 사고로 더 큰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이이다 모토하루 감독이 지난 12일 지바현에서 열린 상영회에서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주최자 와타나베 타다히로씨.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기자 pe.deletree@gmail.com
후쿠시마 사고로 더 큰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든 이이다 모토하루 감독이 지난 12일 지바현에서 열린 상영회에서 작품설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주최자 와타나베 타다히로씨.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기자 pe.deletree@gmail.com

후쿠시마 사고 5주기 다음날이었던 지난 12일 지바현의 한 비지니스센터에서 만난 이이다 모토하루 다큐 감독은 자신의 작품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 상영회를 열고 있었다. 사고 직후 피난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쉽게 피난할 수 없었던 장애인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스무명 남짓 작은 규모였지만 분위기는 진지했고, 상영 뒤 열린 토론은 종료시간을 넘기고도 계속됐다.

장애인으로서 이 행사를 주최한 와타나베 다다히로씨는 “대지진 당시 대학교 건물 안에 있었는데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해 아버지가 학교로 걸어오실 때까지 갇혀 있던 기억이 있다”며 “상영회를 계기로 지역사회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을 만나라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사고 때도 쉬쉬하면서 숨어 살던 장애인들이 피난상황에서 이웃의 도움을 받지 못해 고립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모두에게 참혹한 재앙이었지만, 특히 스스로를 지키기 힘든 장애인들은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주류매체에서 외면한 이런 사회적 약자들의 사연은 다행히 일부 독립 예술인들에 의해 조명되고 있다. 이이다 감독도 장애인들의 삶 외에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오염된 땅에서 다시 살아보려는 어머니들의 의미있는 도전 등 변방의 이야기들을 영상에 담았다. 이라크 전쟁 뒤 피폭당한 아이들을 취재하면서 원자력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가마나카 히토미 감독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병치한 4부작의 영상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아시아시선상’을 받은 이안 토마스 애쉬 감독도 후쿠시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오염된 땅과 가까이서 호흡하고, 쉽게 흙을 만지는 아이들이야말로 원전 사고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라며 “분명한 목소리가 있는데도 아무도 이들을 듣지 않는다”고 작업 의도를 설명했다.

후쿠시마를 기록하려는 지난 5년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2013년 후쿠시마 아이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룬 ‘A2-B-C’ 개봉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상영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출연자 중 한 명이 중핵파(과격성향의 극좌파) 회원이라는 이유였는데 석연치 않았어요” 그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후 매번 받던 종류의 일본비자를 신청했는데 거절당했어요. 한 번만 더 갱신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죠. 소송 끝에 받은 건 1년짜리 예술인 비자로 이마저도 어떻게 될 지 걱정입니다.” 그럼에도 후쿠시마를 기록하는 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죠. 하지만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의식을 조금씩 바꿔나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이다 감독)

지바=김혜경 프리랜서기자 salutky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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