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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복합 연비 최고” vs 토요타 “도심 연비 최고”
연비 과시 위한 시승코스 선정까지 치열한 연비 경쟁
한국토요타자동차가 ‘4세대 프리우스’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1997년 등장한 프리우스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로 바퀴를 굴리는 양산형 하이브리드차(HEV)의 원조로, 3세대 모델까지 세계 시장 누적 판매량 360만대 이상을 기록한 현존 최강의 HEV입니다.
프리우스에 맞서기 위해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친환경 기본차체(플랫폼)로 개발한 첫번째 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내놓았죠. 4세대 프리우스가 드디어 링에 오르며 한일 대표 HEV들의 정면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HEV의 최대 미덕은 뛰어난 연료소비율(연비)이라 두 차들의 대결 포인트는 연비로 압축됩니다. 국내 제원상 15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연비는 아이오닉이 22.4㎞/ℓ로 프리우스(21.9㎞/ℓ)보다 0.5㎞/ℓ 높습니다. 이 근소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토요타는 “도심 연비는 22.6㎞/ℓ로 국내 최고”라고 강조합니다. 아이오닉은 도심 연비가 22.5㎞/ℓ라 프리우스가 0.1㎞/ℓ 높은 건 맞습니다.
치열한 신경전은 언론 대상 시승회로 이어졌습니다. 앞서 프리우스를 출시한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토요타는 23일 시승회에서 연비 랭킹을 매겼습니다. 상품도 내걸었고요. 지난 1월 20일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미디어 시승회를 진행한 방식과 똑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상품이 있으면 ‘연비 주행’을 하게 돼 높은 연비를 입증할 수 있다는 판단일 겁니다.
시승코스도 연비 경쟁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습니다. 토요타는 2014년 10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엔터테인먼트동 1층에 자동차 복합문화공간 ‘커넥트 투(Connect to)’를 열었고, 언론은 물론 고객 시승 행사를 모두 이곳에서 진행했습니다. 막히는 도심을 피해 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달리는 뻥 뚫린 코스였죠. 하지만 프리우스 시승회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한강 서쪽으로 갔다 강변북로로 복귀하는 왕복 100㎞가 조금 넘는 코스였습니다. 이전과 달리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강변도로를 선택한 이유는 명백합니다. 정체 구간에서 프리우스의 강점인 도심 연비를 입증하겠다는 거죠.
반면 현대차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출발해 자유로를 타고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왕복 약 90㎞ 구간을 아이오닉 시승코스로 택했습니다. 평일 낮에는 전혀 안 막히는 도로입니다. 고연비는 물론 주행성능도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오닉 시승회에선 17인치 타이어 연비가 30㎞/ℓ에 육박했습니다. 15인치 타이어를 끼운 프리우스 시승회에서는 연비 40㎞/ℓ 이상이 쏟아졌습니다. 유럽은 연비측정 방식이 느슨해 4세대 프리우스의 공인연비가 3.0ℓ/100㎞(33.3㎞/ℓ)라고 하니 국내 연비와 단순 비교는 안됩니다. 그래도 100㎞를 넘게 달리는 동안 프리우스 연료 게이지의 눈금은 단 한 칸도 닳지 않았습니다.
프리우스의 타이어 규격은 15인치와 17인치이지만 국내 판매용에는 15인치만 장착하는 것도 연비 때문입니다. 타이어 규격이 커지면 주행 안전성은 향상되지만 연비는 떨어집니다. 아이오닉의 경우 17인치 타이어를 끼우면 복합연비가 20.2㎞/ℓ로 15인치보다 2.2㎞/ℓ 감소하죠. 이날 언론 시승회에 참석한 토요타 본사 기술자 야마다 히로유키씨는 “한국은 연비에 민감해 15인치 타이어 장착차량만 판매한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연비보다 주행감이나 안전성을 선호하는 이들도 꽤 있지만 프리우스는 연비에 치중해 선택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마침 토요타가 프리우스 시승회를 진행한 날 현대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테마시승 체험단’을 모집한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차수 별로 100명씩 총 200명에게 11박 12일간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SNS를 활용한 미션을 수행하면 푸짐한 선물까지 안긴다고 합니다. 목적은 당연히 아이오닉의 연비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죠.
현대차의 올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국내 판매 목표는 1만5,000대, 토요타의 프리우스 판매 목표는 2,000대입니다. 국내 판매량은 아이오닉과 비교 되지 않겠지만 토요타는 판매량을 떠나 하이브리드 기술력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필사의 각오로 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추격자인 현대차는 국내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일전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축구장이 아닌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숨막히는 한일전입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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