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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든 적든 방사능은 방사능입니다”

입력
2016.03.21 04:40
의사 출신 스게노야 아키라 시장이 체르노빌 환자 치료 경험에서 얻은 교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기자 pe.deletree@gmail.com
의사 출신 스게노야 아키라 시장이 체르노빌 환자 치료 경험에서 얻은 교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기자 pe.deletree@gmail.com

“벨라루스는 가난한 나라지만 체르노빌 사고 피해 아동들을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어요. 일본은 후쿠시마 아이들을 위해 전혀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스게노야 아키라(73)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장은 5년 넘게 벨라루스에 머무르며 체르노빌 사고로 갑상선암에 걸린 아이들을 무상으로 수술해 준 외과의사 출신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아베)총리가 후쿠시마 시민들 앞에서는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원전을 재가동하고 수출을 추진하는 등 완전히 다르게 행동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6년 벨라루스에서 체르노빌 사고 피해 아동들을 처음 만났다. 이때 그는 벨라루스에 의료진이 태부족한데다 후진적 의술 탓에 갑상선 수술을 받은 아이들의 목에 커다란 수술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생의 전환기였어요. 일본에서 병원을 그만두고 벨라루스에서 어린 외과의사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죠. 시민모금으로 기기를 사고 유일한 치료시설이 있는 민스크까지 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지방 출장을 수도 없이 다녔습니다.”

5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방사선 피폭제한량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무려 90㎞ 떨어진 마을에서, 사고 10년 뒤까지도 사산, 미숙아 출생 등이 잇따르는 걸 직접 목격하면서 저선량 피폭도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의사로서 아무리 작은 양이라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어요. 다만 직접적으로 질병을 발생시킨다고 증명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이죠.”

이런 까닭에 그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아이들을 즉시 대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대처는 미흡했다. “정부는 체르노빌에 비하면 후쿠시마 사고 규모가 작다는 말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하죠. 그런데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벌써 후쿠시마 아이들에게서 갑상선암이 평균보다 훨씬 높게 발견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유엔 군축회의와 같은 공식석상은 물론,?언론 인터뷰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른 말을 쏟아냈다.?“한 외신기자는 지방정부 수장으로서 거침없는 발언 때문에 예산이 깎이는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언론에 더 명쾌하게 탄압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웃음)”

인구 24만명의 마쓰모토시 시정을 12년째 이끌고 있는 그는 여름과 겨울 후쿠시마 아이들을 불러 캠프를 열고, 2013년부터는 8명이 이곳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하는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마쓰모토= 김혜경 프리랜서기자 salutkyeong@gmail.com

다무라 히사노리 프리랜서기자 hisanori.ymr@hotmail.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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