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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홍설 싱크로율 0%? 체념하고 연기만 생각"

입력
2016.03.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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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방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여자주인공 홍설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장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종방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여자주인공 홍설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 장인엔터테인먼트 제공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단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에서 자신이 연기한 홍설이 극도의 예민함을 지닌 여대생이었다면 배우 김고은(25)은 어지간한 일에는 “그러려니”를 달고 사는, 어찌 보면 무심할 정도로 쿨(Cool)한 성격이다. 외모마저 다르다. 크고 또렷한 눈망울의 홍설 역에 오밀조밀한 동양적인 얼굴을 가진 김고은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씽크로율(일치하는 정도) 0%’란 혹평이 쏟아졌다.

방송이 시작되자 달라졌다. 드라마 방영 내내 시청자들은 김고은에게서 홍설을 발견했다. 제작진과 웹툰 원작자 간의 불화 등 드라마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김고은이 연기한 홍설에 대한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8일 오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어떤 작품을 하든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고 촬영 과정이 즐거웠던 걸로 만족한다”는 역시나 쿨한 대답을 내 놓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드라마 결말에 관한 원작자와의 불화, 남자주인공 분량 실종 등 드라마 막판에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지켜본 심정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촬영을 잘 했다. 작품을 통해서 만난 인연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생각 한다.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다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게 수면 위로 올라온 것뿐이다. 긴 촬영기간 내내 ‘모두가 다 행복했어요, 모든 게 좋았어요’라고 할 수는 없다. 촬영과정 자체가 즐거웠던 걸로 만족한다. 연기를 해오면서 작품의 결과에 대한 생각을 안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과정이고 ‘치인트’는 과정이 즐거운 작품이었던 걸로 만족한다.”

-2011년 영화 ‘은교’로 데뷔해 영화에만 출연하다 ‘치인트’로 드라마 신고식을 치렀다.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이윤정 PD님의 팬이었다. 드라마를 원래 좋아하는데 드라마 중에서도 인생 드라마로 손꼽는 작품이 이 PD님의 ‘커피프린스 1호점’(MBCㆍ2007)이다. 이 PD님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어느새 20대 중반이 됐는데 20대 초반에 여성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이 있지 않은가. 설레고 풋풋한 연애의 감정도 있을 것이고. 그런 감정들의 표현을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 딱 그때 가지고 있는 분위기나 기운이 있을 테니 그걸 표현하고 넘어가고 싶더라. 그런데 영화에서는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침 드라마 제의가 왔고 게다가 이 PD님의 작품이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윤정 PD와의 호흡은 어땠나

“더할 나위 없었다. 서로 팬클럽에 들자는 이야기도 했다. (웃음) 이 PD님이 왜 인정받는지를 알겠더라. 배우에게 최고의 PD다. 영화는 촬영 시간도 길고 기다림의 작업이다. 반면 드라마는 준비가 일사천리다. 그런데도 매 장면 그냥 넘어가는 적이 없었다. 그냥 빨리빨리 하자 이런 게 없다. ‘감정이 어떤 거 같아요?’ 하고 반드시 배우와 소통하는 PD다. 그런 소통을 드라마에서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이 크다. 나 혼자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제작진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컸다.”

-영화와 달리 ‘치인트’에선 또래 배우들과 출연했다. 분위기는 어땠나?

“젊은 배우들이 모여 있으니까 역시 활력이 넘친다. 다들 개그 욕심도 많은 친구들이어서. 서로 웃기려고 작정하고 있던 적도 많다. 다 같이 나이가 조금만 어렸으면 고등학교 같은 느낌이었을 거 같기도 했다. 웃음이 마를 날이 없었다.”

-남자주인공 유정(박해진)과 백인호(서강준)와의 호흡은 어땠나?

“다들 장난기가 많다. 아까도 말했지만 다들 개그 욕심이 정말 많다(웃음). 한마디를 하더라도 호흡을 다르게 해서라도 웃긴다. 평상시에 조연출님이 와서 다들 그만 떠들고 촬영하자고 제지를 할 정도였다. 그렇게 서로 재미있게 촬영했다.”

김고은은 '치즈인더트랩' 캐스팅 당시 웹툰 원작과의 일치율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방송화면 캡처
김고은은 '치즈인더트랩' 캐스팅 당시 웹툰 원작과의 일치율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방송화면 캡처

-원작이 워낙 사랑 받았다 보니 홍설 역 캐스팅 당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나도 웹툰의 팬이었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웹툰이 막 연재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때 일주일에 한 번 계속 봤다. 외모나 전체적인 ‘씽크로율’에 대해서 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도 그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체념이랄까? 연기적인 측면으로 채워나가야 하는 게 내 숙제였다. 인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생동감 있는 인물로 표현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 데뷔작인 은교도 원작이 있었다. 원작의 인물을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표현하는 것을 한번 해봤던 경험이 있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준비했다.”

-평범한 듯 하지만 대학생만의 개성이 녹아 든 스타일링도 화제가 됐다. 어떻게 준비했나?

“촬영이 시작되기 두 달 전부터 스타일리스트와 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웹툰을 봤을 때 홍설이 옷을 입은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평상시 내가 입는 스타일이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드라마인데 너무 자연스럽게만 나오면 안되니까 평범한 아이템들을 어떻게 멋지게 조합할지 고민했다. 당시에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쇼핑몰을 많이 들어가봤다. 사실 내가 브랜드를 잘 모른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와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 PD는 현장에서 컷 사인을 늦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애드리브가 많았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가 있다면?

“컷을 워낙 늦게 하셔서 연기가 계속 이어져야 하니까 애드리브 상황들이 많다. 유정 선배와 첫 키스 후 그냥 잔다고 하니 ‘선배는 경험이 많아서 잠이 잘 오나 보지, 나는 경험이 없어서 잠을 설친다’ 뭐 이런 대사를 애드리브한 게 기억에 남는다(웃음).”

-반응이 어땠나?

“감독님의 웃음소리가 들리던데. ‘하하하하하하’ 빵 터지셨다(웃음).”

-홍설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전혀 없는 것 같은데(웃음). 나는 생각이 사사롭진 않다. 하나하나에 깊게 생각하는 편이 아니다. 그럼 내가 너무 피곤할 거 같다. 대부분 ‘그렇겠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만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그렇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러려니’가 좀 많다. 혼자서 막 생각하기 보다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연애스타일도 극과 극인가?

“그런 것 같은데(웃음). 홍설은 자기 혼자 생각하다가 막판에 빵 터뜨리지 않나. 나는 애초 사귀기 전에 짚을 건 짚고 넘어갔을 거 같다. 원래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스타일이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밀당 같은 거 없다. 사소한 일에 시간 낭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홍설을 연기할 때 감정을 이해하지 못 해 힘들었을 것 같다.

“그건 좀 다른 측면인 거 같다. 연기를 할 때는 인물에 대해서 이해를 한다는 표현 자체가 안 맞다. 한 인물을 이해하면 또 얼마나 이해를 하겠나. 가족도 이해를 못하는데.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다. ‘아, 이 사람은 이렇구나’, ‘얘는 이런 감정이구나’하고 받아들인다.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친구가 되려면 받아 들여야 하지 않나. 그러고 있으면 어느새 내가 되는 느낌이다. 어느새 내 일 같다. 정말 좋은 친구들의 일은 함께 울게 되지 않나. 내 일 같고 가슴이 아프고.”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홍설을 연기한 김고은. tvN 제공
tvN ‘치즈인더트랩’에서 홍설을 연기한 김고은. tvN 제공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지금 생각난 건데 유정선배가 해외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홍설이 혼자 방에 있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원래 그렇게 우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복받쳐 오르더라. 아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낀 장면이랄까?”

-영화와 달리 일상적인 모습이 많이 담긴 이번 드라마가 더 각별할 수도 있겠다.

“영화 촬영할 때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 소모를 많이 한다. 마지막 장면 찍기 전에 일주일 정도는 제정신이 아닌 채로 혼자서 고민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를 반복한다. 촬영 날 다가오면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남들은 왜 그렇게 센 작품만 선택하냐고 했냐고 묻는데 그 순간이 다시 오더라도 그 작품들을 했을 거다. 나는 내가 더 부서지고 내던져지길 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덜컥 주연을 맡아 데뷔를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서도 이해가 없고 너무 모르는 상태였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내가 잘 할 수 없는 순간이 왔을 때 보여주지 못할 것 같은 게 두려웠다. 후회 없다. 남들 10년 배울 거 5년에 배운 느낌이다. 이번 작품은 극단적 상황이 없어서 한결 편했던 건 사실이다(웃음). 그냥 홍설에게 푹 빠져있었다.”

tvN ‘치즈 인더 트랩’ 홈페이지
tvN ‘치즈 인더 트랩’ 홈페이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7%대라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로 드라마가 끝났다.

“100여 명의 스태프들이 열심히 했는데 외면 받는 것 보다는 당연히 사랑 받는 게 좋다. 구설이 있었지만 어쨌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사랑 받으니 좋고 힘이 된다. 너무 소중한 작품이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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