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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형만 예뻐해” 편애도 학대다

입력
2016.02.17 04:40

차별 받으며 자존감 낮아지고

약물, 알코올 등 중독 확률 높아져

사랑받는 아이도 죄책감 등 평생 악영향

아이들 각자의 개성 평가해서

그것들 각각을 편애할 수 있어야

부모에게 한번도 감탄의 시선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 돌아봐도 아픈 상처다. 편애 없는 육아의 기술이 필요하다.
부모에게 한번도 감탄의 시선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 돌아봐도 아픈 상처다. 편애 없는 육아의 기술이 필요하다.

#“엄마는 나한테 항상 그랬지. “니까짓 게”, “그래 봤자”, “주제에”…. 언니를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의 마음은 아주 잘 알고 있어. 공부 잘하고, 말 잘 듣고, 얼굴도 예쁘잖아. 언니가 해달라는 건 한번도 안 해 준 적이 없지. 과외 시켜 달라면 시켜줬고, 배낭여행을 보내달라면 보내줬어. 나는 왜 안 해주냐니까 ‘그럼 너도 언니처럼 공부를 잘하면 되지 않냐’고 했지? 명문대 나와 좋은 직장 간 언니가 좋은 신랑 만나 결혼한 게 엄마 인생 최고의 성취라는 거 알아. 그래서 우리 애 말고 언니 애들을 키워주는 거겠지. 언니 집 살 때 나 몰래 돈 보태준 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말이야, 엄마. 우리 애한테까지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친정에 가면 조카들 사진으로 벽이 도배가 돼 있는데, 우리 애 사진은 없어. 엄마 핸드폰을 열어도 온통 조카들 사진뿐이지. 조카들이 침대에서 뛰면 ‘떨어질라, 조심해라’ 팔을 둘러 막아주면서, 우리 애가 뛰면 ‘침대 꺼진다, 그만 뛰어라’ 가시 돋은 소리를 하시데요? 이번 설에 나 봤어. 엄마가 조카들 앞으로 갈비며 전이며 죄다 옮겨 주는 거. 조카들, 참 귀하죠?

그런데 내 마음이, 그런 엄마를 보는 내 마음이 왜 이렇게 싸늘하게 얼어붙었을까. ‘엄마는 나를 왜 낳았을까?’ 짐 싸며 내내 생각했어. 왜 이렇게 일찍 가냐고 묻는 엄마한테 이런 소릴 하면 또 속 좁게 군다고 하시겠죠. 하지만 내 아이만은 엄마한테 그런 대우 안 받게 하고 싶어. 엄마의 편애로 인해 내가 평생토록 상처를 받았는데, 그걸 또 내 아이까지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 편애가 무서워서 둘째도 안 낳은 거 모르시죠? 편애도 학대예요. 엄마, 나를 사랑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어요?”(30대 전업주부 강모씨)

●모성애의 가장 추한 비밀 ‘편애’

부모의 편애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터넷 익명게시판의 단골 주제다. 특히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아문 줄 알았던 상처가 다시 터지면서 내면의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자식들 중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대답으로 곧잘 인용되지만, 더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편애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과 닮은 외모나 기질 때문에 특정 아이를 편애할 수도 있고, 가장 먼저 낳은 아이나 막내를 편애할 수도 있다. 성별이 기준이 되기도 하고, 아이의 능력이나 성취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한 아이가 훨씬 문제적이고 병약할 때,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편애할 수도 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숨기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한 아이에게로만 쏠리는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 특히 가정 내 자산이나 자원이 충분치 않을 때 편애가 발생하기 더 쉽다.

문제는 아이들이 다른 가족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아주 잘 알아채는 동물적 본능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대하다. 2013년 2월 캐나다 아동발달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한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보이는 것은 공격성, 관심 갈구, 정서적 문제 등 아동의 정신건강에 여러 문제를 초래한다. 자신이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이는 낮은 자존감은 물론이거니와 평생토록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기 위해 애정을 갈구하게 된다. 형제간의 우애가 좋을 리 만무하다. 어른이 돼도 형제는 엄마와의 관계를 놓고 서로를 비교하고, 이는 성인 자녀들간의 우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연구를 이끈 제니 젠킨스 토론토대학 응용심리학 교수는 “편애는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 해악을 끼친다”며 “아이가 불공평하다며 난리법석을 피울 때에는 ‘나는 지금 사랑 받지 못하고 있어’라는 하소연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화가 날 때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십시오. 나는 지금 아이가 한 짓 때문에 화가 난 건가, 아니면 저 아이가 그 짓을 했기 때문에 화가 난 건가 물으세요.”

편애가 아이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더 심각한 영향을 밝혀낸 연구도 있다. 지난해 결혼과 가정 저널에 발표된 ‘엄마의 차별과 성인기 자녀의 우울증’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일관되게 엄마로부터 편애를 받았거나 거부당했던 아이 모두 중년기에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알렉스 젠슨 교수팀이 10대 형제 자매가 있는 282가족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부모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약물이나 알코올, 담배 등에 중독될 확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간 차별 받은 아이들은 그 확률이 2배 이상이었고, 매우 차별 받은 아이들은 4배 이상 중독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실제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었느냐가 아니라 아이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지하느냐 여부. 부모가 실제 편애하지 않았더라도 아이가 차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젠슨 교수는 “아이들이 부모가 자신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인지된 편애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관심사를 발달시키고 자기정체성을 찾기 시작할 때 이를 존중해주고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해주면 아이들이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

편애는 사랑 받지 못한 아이에게만 상처를 남기는 게 아니다. 가장 사랑 받은 아이조차도 편애로 인해 악영향을 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편애는 사랑 받지 못한 아이에게만 상처를 남기는 게 아니다. 가장 사랑 받은 아이조차도 편애로 인해 악영향을 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편애는 사랑 받는 아이도 망친다

차별 받는 아이의 내면에선 부모의 관심과 호의와 사랑과 돈을 독차지하는 형제는 행복할 것이라는 시기심이 솟구치지만, 편애는 가장 사랑 받은 아이뿐 아니라 간과된 아이, 사랑 받지 못한 아이 모두에게 일평생 악영향을 끼친다. 편애의 대상이 된 아이는 일시적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만 전반적인 가정 환경이 적대적이며, 특히 형제 자매간에 공격적인 관계 속에서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젠킨스 교수의 연구 결과다.

부모로부터 배타적이고도 각별한 사랑을 받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점이 있다. 가장 큰 자산이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이다. 아이는 편애를 통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과 권능감을 갖게 된다. 엘런 베버 리비 박사는 ‘가장 사랑 받은 아이: 편애는 어떻게 다른 가족 모두에게 평생 영향을 끼치는가’라는 책에서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은 편애를 받은 자식이었다”며 “자신이 특별히 사랑 받는다고 확신하는 아이는 자신감과 힘을 갖게 돼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믿으며 자라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런 억제되지 않은 자신감이 자신은 특별하고 남들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 세계적 명사들이 종종 황당한 스캔들로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리비 박사는 “남들은 안 되지만 남들과 다른 나는 해도 괜찮다고 믿는 범법 행위나 비도덕적 행동들이 편애로부터 시작된다”며 혼외정사로 망가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을 예로 들었다. 성추문으로 이력을 끝낸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 총재도 마찬가지. 성공을 촉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실패로 이끈 성격이 부모의 편애로부터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편애는 결국 사랑 받는 아이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사랑을 독차지한 아이는 부모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하면 친밀한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편애 받았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형제와 부정적인 관계를 겪는다. 부모가 나이 들면 더 많은 돌봄과 조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게 되고 이는 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성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도 편애의 대상이 되는 게 좋지만은 않다. 리비 박사는 “편애의 대상인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생의 너무 많은 부분을 써버린 나머지 자기 고유의 개성을 발전시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반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는 부모 앞에서 재롱을 피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하길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경험하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미움 받은 아이는 종종 부모의 분노를 받아내야 하는 희생자이기 쉽다”고 한다. 미 코넬대학 노인학 교수인 칼 필머는 “편애는 장성해 가정을 꾸린 자식에게도 평생 지속되는 정신적 해악을 끼친다”며 “만일 엄마가 한 아이를 특별히 편애하거나 미워한다면, 그녀는 부지불식간에 자식들의 우울증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기술 “불공평하게 공평하라”

편애의 해악을 절감했다면 마음 속의 저울추를 감추고 어떻게 자식들을 공평하게 대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그 결과 많은 부모들은 “오빠와 나 중에서 누가 제일 좋아요?”라는 질문에 “똑같이 좋지”라는 모두에게 실망스런 대답을 내놓는다. 자식들 사이의 본능적 경쟁 관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육아서의 고전 ‘천사 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원제 ‘Siblings Without Rivalry’ 아델 페이버, 일레인 마즐리시 지음)는 불공평하게 공평할 것을 제안한다.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평가해서 그것들 각각을 편애하라. 어느 아이나 자기가 제일 사랑 받는 아이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엄마는 오빠와 너를 똑같이 사랑해”라고 말하기보다는 “이 넓은 세상에 너는 딱 한 명밖에 없잖아. 너처럼 생각하고, 너처럼 느끼고, 너처럼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엄마는 네가 내 딸인 게 너무 좋아”라고 말해 아이들 각자가 부모에게 특별한 존재로서 사랑 받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배에 타고 있다가 한꺼번에 다 물에 빠지면 아빠는 누구를 구해줄 거예요?”라고 묻는다면 “제일 어린 사람”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 식으로 대답하지 말고 “그거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구나. 아빠한테는 너희 모두 다 특별하거든. 한 명 한 명이 다 다르니까”라고 대답하는 게 현명하다.

아이들을 절대로 비교하지 말라는 건 누구나 아는 육아 상식이 됐다. 하지만 칭찬할 때 하는 비교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넌 참 숙제를 빨리 마쳤구나. 오빠는 한 시간이나 걸리는데” 같은 말은 오빠 안 듣는 데서라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식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칭찬은 한 아이에게 다른 형제를 무시하게 만드는 특권을 줄 수 있다. ‘아빠는 오빠를 별로라고 생각하는구나’라고 여기게 될 뿐 아니라 자기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다음 번에 잘하지 못하면 남몰래 비난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언제나 일대 일의 관계로만 하는 게 좋다. “동생은 한 번에 다 치는 곡을 저는 한 달이나 연습해야 했어요. 저는 피아노에 재능이 없나 봐요”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대신 넌 운동을 잘하잖니” 같은 칭찬은 답이 아니다. “동생과는 상관 없어. 네가 피아노를 칠 때 느끼는 너의 즐거움이 중요한 거야”라고 말해 일대 일의 단독관계를 형성하는 편이 낫다. “넌 착하잖니” “넌 대신 다른 걸 잘하잖니”처럼 아이를 고정된 역할의 틀 안에 집어넣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한 아이를 더 사랑하는 마음은 잘못도 아니고 교정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부모는 “마음에 쏙 드는 한 자식에게 쏠리는 자신의 열정으로부터 다른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저자들은 “아이는 부모가 항상 자신을 중요한 존재로 생각한다고 느낄 필요가 있다”며 “각각의 아이와, 특히 덜 사랑하는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부모와 함께하는 개인적인 순간이 가져다 주는 따스함과 친밀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아이와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다른 형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여동생은 여기 없는데도 엄마의 마음을 빼앗아가는군’이라고 생각하게 해선 안 된다.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완전하고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부모의 책무다. 저자들의 말처럼 “똑같이 사랑 받는 건 뭔가 사랑을 덜 받는 것이지만, 특별한 존재로서 각기 다르게 사랑 받는 것은 필요한 만큼 사랑 받는 것”이다. 아이들 각자가 필요로 하는 사랑을 채워주는 것이 공평한 사랑이며, 단지 공평하기 위해 필요하지 않는 것을 줄 필요는 없다. 부모로부터 감탄의 눈길을 받아본 적 없는 유년기는 얼마나 서럽고 아픈가. 자식들간 우애는 부모가 결정한다. 불공평하게 공평한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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