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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덕선아, 잘 버텨줬어’ 한 마디에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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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 공부시키고자 서울로 이사
월세 살이하며 어려운 생활 보내
“7월이 되면 8월을 걱정했죠”
‘반짝 스타’서 ‘대박 스타’로
교체 멤버로 걸스데이 뒤늦게 합류
‘이잉~’ 애교와 ‘응팔’로 스타덤
“새 이미지? 자연스럽게 변하겠죠”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지난 25일 서울 성수동의 한 호텔. tvN ‘응답하라 1988(응팔)’로 큰 사랑을 받은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에게 드라마 종영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바쁜 스케줄 탓에 “부모님과 가까이 사는데 한 달을 못 봤다”며 스물 두 살 숙녀가 부린 귀여운 응석이다. ‘응팔’의 어리광 많던 순수한 여고생 덕선, 그 모습 그대로다.
혜리는 1980년대 서울 쌍문동의 반지하 셋집에 살던 덕선과 실제로 비슷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는 경기 양평군 인근 외진 곳에 살다 서울로 올라와 네 식구 월세 살이를 시작했다. 중1 때인 2007년 일이다. 혜리의 아버지는 일을 쉬고 있던 상황. 이 때를 떠올리던 그의 입에선 “7월이 되면 8월을 걱정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 달 한 달을 버텨내는 게 그만큼 어려웠다는 얘기다. 혜리는 “번쩍번쩍한 서울 친구들을 보고 놀란” 기억을 더듬어 덕선의 순수함에 다가갔다. 결과는 홈런. ‘응팔’은 케이블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19.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대박’이 났다. 혜리는 “가수 활동할 때와 달리 이젠 엄마보다 더 나이 많은 분들께서도 ‘아이고 덕선이네, 이 왈가닥’ 하며 반겨 주신다”며 웃었다.
1994년 생인 혜리에게 가장 어려웠던 건 “옛 유행어 따라하기”였다. 1986년 KBS2 코미디 프로그램 ‘유머1번지’ 코너 ‘북청물장수’ 속 “반갑구만, 반가워~” 등이 혜리가 들춰 다시 화제가 된 추억의 개그. 혜리는 휴대전화에 옛 동영상을 다운 받아 계속 돌려보며 몸동작을 익혔다. ‘응팔’ 연출을 맡았던 신원호 PD에게 ‘과외’도 받았다. “곤로도 신기했지만 그런 소품은 ‘아, 그 때 이런 물건이 있었구나’ 정도로 넘어갔는데, 대본에서 ‘반갑구만~’ 유행어를 보고 이게 재미있나 싶어 의아했어요. 그런데 방송 후 화제가 돼 놀랐죠.”
극중 택(박보검)과의 데뷔 후 첫 키스신 촬영은 뜻밖의 파장을 불렀다. 혜리는 “여동생이 그 장면을 보고 아빠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휴대전화로 보내줬다”며 “난처하기도 했는데, 아빠가 귀엽기도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남 모를 마음 고생도 많았다. 그는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뒤 ‘악플’에 시달렸다. 연기력 검증이 안 됐다는 게 이유다. 혜리는 “나 때문에 덕선이란 사랑스러운 아이가 미움 받을까 걱정했다”고 옛 고민을 꺼냈다. 덕선의 남편 찾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수록 부담도 커졌단다. “시청자를 헷갈리게 하는 게 나쁜 연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덕선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속상했다”고 한다. 정환(류준열)과 택 사이 사랑을 찾아 로맨스를 펼쳐야 했던 여배우로서의 자책이다.
“처음엔 워낙 ‘응팔’이 화제의 드라마다 보니 날 두고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신 감독님이 마지막 촬영 때 ‘덕선아, 잘 버텨줬어’라고 말하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그 때 ‘아, 내가 정말 부담이 컸구나’ 란 걸 깨달았죠.”
혜리는 ‘반전 스타’ 다. 2010년 걸스데이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활동 두 달 만에 팀을 떠난 지선과 지인 대신 뒤늦게 합류해 ‘교체 멤버’란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당시 16세로 팀의 막내였던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2014년 1월엔 몸이 좋지 않은데도 음악프로그램 출연을 고집했다가 생방송을 마치자마자 무대에서 쓰러져 매니저의 등에 업혀 나오기도 했다. 병원에 실려가 신종플루 진단을 받았다는 그는 “‘썸씽’이란 곡으로 한창 잘 되고 있을 때라 좀 아프다고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게 싫었다”고 말했다.
이런 ‘악바리’ 면모의 바탕엔 맏딸 혜리의 남다른 가족사랑이 깔려 있다. 자신을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서울로 이사한 부모님을 보며 집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는 그. “초등학생 때부터 연예인 해보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거절하다 가수의 길로 나서게 된 데는 가족에 대한 생각이 컸다”고 털어놨다.
혜리는 한류스타 이영애의 잠실여고 후배다. 학창 시절 ‘잠실 여신’으로 불렸던 그는 2014년 하반기에 전파를 탄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에 출연해 “이잉~”이란 애교 한 방으로 ‘군통령(군인들의 대통령)’이 됐다. ‘진짜 사나이’에 이어 ‘응팔’까지, 밝고 꾸밈 없는 모습으로 스타덤에 올랐는데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없을까. 그는 “조바심 내다간 지난해 낸 걸스데이 곡 ‘링마벨’처럼 망한다”며 솔직한 생각을 들려줬다.
“이미지는 만드는 거잖아요. 방송에서 보여드린 제 애교는 일부러 만든 게 아니에요. 진짜 모습이죠.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변하겠죠. 그런데 아직 전 어리니 몇 년 더 ‘애교 캐릭터’로 가도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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