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변호사 “쯔위 강제로 사과”… JYP 검찰 고발

‘국기 사건’ 폭로 中 가수 황안도 고발

한국다문화센터도 “인권위 제소”

중국으로부터 '대만 독립운동자'라는 비판을 받았던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가 동영상을 통해 사과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대만 인권변호사가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周子瑜·16)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를 검찰에 고발하며 ‘쯔위 사태’가 국제 사법ㆍ인권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19일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인권 변호사 왕커푸(王可富)와 유명 정치평론가 후충신(胡忠信) 등은 JYP를 ‘강제죄’ 혐의로 전날 타이베이 지방법원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을 처음 폭로한 대만 출신 중국 가수 황안(黃安)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왕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JYP가 자유를 방해하는 수법으로 쯔위를 강제해 사과하도록 만들었다”며 “이는 명백한 개인의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왕 변호사는 황안에 대해서도 “그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쯔위를 외압하고 그녀의 마음을 두렵게 만들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왕 변호사를 포함해 30여명은 고발에 앞서 검찰청 앞에서 쯔위를 응원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소송을 제기한 왕 변호사는 국민당 주석을 역임함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부친인 마허링(馬鶴凌)의 생전 고문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다만 대만 법조계에선 강제죄가 중죄가 아닌데다 국외 범죄로 해석되면 대만이 재판권을 가질 수 없어 실제 처벌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JYP엔터테인먼트 사옥 전경.

앞서 국내 다문화 단체인 한국다문화센터도 18일 성명을 내고 "17세 소녀가 모국의 국기를 흔든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인데 JYP와 박진영 대표가 중국의 과잉 반응에 굴복해 쯔위를 ‘사죄의 재판대’에 세웠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에 JYP와 박진영 대표를 고발하고 처벌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JYP측은 공식 입장을 내고 “쯔위의 부모님이 한국에 들어와 쯔위와 함께 상의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황안도 성명을 내 “대만은 나의 고향이고 중화민국(대만)이 내 국적”이라며 “중화민국 국기를 흔드는 것이 대만독립을 의미한다고 말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쯔위는 지난해 11월 한 예능프로그램의 사전 인터넷 생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뒤 중국 네티즌의 반발을 샀다. JYP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달 15일 유튜브에 쯔위의 사과 영상을 올렸고, 대만인들의 공분을 사며 양안(兩岸) 의 감정 다툼으로 번졌다. 양첸하오(楊虔豪) BBC 객원기자는 본보 통화에서 “한국 인권단체가 JYP를 인권위에 제소한 소식이 대만에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주요 방송에서 토론까지 벌어지는 등 ‘쯔위 사태’에 대한 대만의 관심과 분노는 여전하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