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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소품·인터뷰 지양” '쯔위사태'로 한류 中-대만리스크 비상

입력
2016.01.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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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周子瑜·17)가 지난해 11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 중국에서 '대만독립 지지자'란 비판이 일자 "난 자랑스런 중국인"이라고 사과했다가 대만에서 역풍이 일었다. MBC 제공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周子瑜·17)가 지난해 11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 중국에서 '대만독립 지지자'란 비판이 일자 "난 자랑스런 중국인"이라고 사과했다가 대만에서 역풍이 일었다. MBC 제공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周子瑜·17)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양안(중국과 대만) 사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며 파장이 커지자 국내 연예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획사들은 어린 가수의 순진한 행동이 대만의 대선 판도를 흔들고 양안관계를 악화시킨 초유의 사태에 “두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중국-대만 리스크’ 관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JYP엔터테인먼트는 당장 트와이스 공식홈페이지의 프로필에서 쯔위의 국적을 대만에서 ‘중국대만’으로 바꿨다. 아이돌그룹을 여럿 보유한 한 대형 기획사의 이사는 18일 “소속 가수의 아시아투어 보도자료를 낼 때 대만과 홍콩은 투어 국가에 따로 명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배우 매니지먼트 기획사 관계자도 “해외 스케줄이 있을 땐 인터뷰 질문이나 현지에서 발생할 여러 상황을 사전에 숙지해 해당국의 문화나 정서에 반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류 스타들에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이번처럼 뜻하지 않게 중국인들의 심경을 거슬러 민감한 양안관계를 자극했다가는 해당 기획사는 물론 한류 전체가 치명타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소속사 JYP의 어설픈 대처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JYP는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행위를 두고 “대만독립 지지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쯔위가 직접 사죄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 등에 올렸다. JYP는 앞서 13, 14일 낸 사과문에서 “쯔위는 10대 소녀로 어떤 정치적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다”고 주장해 놓고서는 쯔위를 출연시켜 “나는 자랑스런 중국인”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억지 고백’을 하게 했다. 쯔위에게 책임을 전가한 꼴이 돼 버린 것이다. 직장인 박건희(40)씨는 “앞으로 쯔위와 부모가 어떻게 대만에서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JYP는 중국 달래기에 급급해 이 영상을 대만 총통 선거 전날 공개함으로써 더 큰 파장을 낳았다. 대만에선 ‘JYP가 17세 소녀를 앞세워 우리를 모욕했다’는 비판에 ‘IS가 인질을 살해하기 전에 유언을 읽게 하는 모습 같다’ 는 격앙된 반응까지 쏟아졌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애초 쯔위 정치색 논란은 JYP와 박진영이 공식 사과하고 쯔위가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도로 정리했으면 될 일”이라면서 “이후 중국과 대만엔 연예인의 정치적 이용에 유감을 표하는 대응을 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대만에서 나고 자란 쯔위가 방송에서 별 뜻 없이 자국 국기를 흔든 행위가 대만 대선과 총선 및 양안관계의 핫 이슈로 비화한 것이 우리 시각에서는 과민반응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국내 연예계나 기획사들의 해외시장 개척 전략에 구멍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화권 연예계 에이전트 일을 하는 권모씨는 “대만 출신 유명 연예인도 중국에서 활동할 때는 자신의 출신을 드러내는 소품과 인터뷰 등을 사전에 철저히 검토해 최대한 노출을 지양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헌식 동앙방송대 교수는 “JYP로선 억울할 수 있으나 이번 논란은 한류를 이끄는 국내 기획사들의 해외문화 이해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해외문화와 정서에 대한 세밀한 대응 등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돌그룹 내 외국인 멤버가 많아지고 해외 활동 사례가 늘고 있는데 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반복돼 온 것에 대한 지적이다.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 팬미팅에서 그룹 B1A4가 히잡을 쓴 소녀팬과 포옹해 해당 팬이 처벌을 받을 뻔한 일과, 2012년 그룹 블락비가 태풍으로 시름에 빠진 태국에 가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싶다. 저희가 가진 것은 돈밖에 없다”는 농담을 해 비난을 산 일이 대표적인 예다.

쯔위 사과 논란의 후폭풍은 국내에서도 거세다.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 공동대표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쯔위의 사죄가 강요에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JYP와 박진영 대표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7세 소녀가 모국의 국기를 흔든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그럼에도 소속사인 JYP와 박진영 대표가 중국 네티즌의 과잉 반응에 굴복해 17세 소녀를 사죄의 재판대에 세웠다”는 게 센터 측의 비판이다. 이에 대해 JYP 측은 “쯔위의 사과는 쯔위의 부모님과 상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쯔위의 어머니는 쯔위 관련 논란이 터진 후 대만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딸과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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