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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JYP는 왜 중국만 생각했을까

입력
2016.01.18 17:28

대중을 상대하는 분야는 홍보·마케팅 만큼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미지가 인기로 직결되는, 그에 따라 기획사의 매출을 좌우하는 연예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국내 굴지의 연예 기획사로 꼽히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최근 그 시험대에 올랐다. 대만 국기를 흔들었던 쯔위를 상대로 들끓은 중국 민심을 잠재우는 숙제였다. 2개월 전 일이었고 중국과 대만의 정치적 상황을 모르고 했던 일이라는 논리는 통하지 않았다. 당장의 현실이 급했다. 회사 전체를 향한 보이콧 분위기까지 감지되면서 중국 비즈니스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선택은 큰 불부터 확실히 끄자 쪽이었다. 결국 쯔위를 앞세워 예상을 뛰어넘는 수위로 사과 영상을 제작했다. 일장기를 흔들던 동료 일본인 멤버와 마찬가지로 대만에서 태어났으니 무심결에 청천백일기를 흔들던 쯔위. 영상에서 그 해맑던 소녀는 없었다. 죄인처럼 "죄송하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 나는 중국인인 게 자랑스럽다"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JYP로서는 중국의 성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동원한 셈이다.

그럼에도 꼬인 실타래는 온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이 당선된 배경으로 쯔위가 거론됐다. 쯔위의 무리한 사과가 대만 젊은 유권자를 결집 시켰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중국 내에서 또 다시 그 화를 쯔위에게 풀고 있다.

초기에 동정론으로 시작된 국내 여론 역시 JYP의 무리한 사과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과잉 반응에 지나친 굴복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다문화센터는 어린 쯔위에게 사과 강요 여부를 따지겠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중의 심리는 충격과 반전을 줄 때 새로운 국면으로 흐른다. 연예계에서는 물의를 빚은 스타가 자신의 행적보다 과하게 자책하거나 활동 전면 중단을 외치면 상당수 동정론이 생기는 이치다. 그러나 그 논란 속에 정치 문제가 섞이면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입는 게 연예인이다.

이번 쯔위 사태에서 JYP가 초반 해명대로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는 기조를 끝까지 지켰다면 어땠을까. 빠른 진화보다 시간을 갖고 완벽한 진화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의도치 않게 휩쓸린 정치적 사안에 가장 정치적인 선택으로 더 큰 화를 부르고 말았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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