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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 논란 일파만파…中에 사과하자 대만서 ‘부글’

입력
2016.01.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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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에 소개된 쯔위 모습. 출처 바이두
중국 인터넷에 소개된 쯔위 모습. 출처 바이두

인기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周子瑜·17)가 중국과 대만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의 인물로 떠 올랐다.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중국 네티즌 반발이 커진 뒤 사과를 한 것과 관련, 이번엔 대만의 여론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쯔위는 15일 밤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와 유튜브 등을 통해 중국어로 사과 영상을 올렸다. 검은 옷을 입은 쯔위는 90도로 고개를 숙인 뒤 “중국은 하나 밖에 없다”며 “해외 활동 중 실수로 회사와 양안 네티즌에게 상처를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쯔위는 지난해 11월 한 한국의 인터넷 생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뒤 중국 네티즌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며 대륙 네티즌의 분노를 샀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고수,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와는 외교관계마저 끊고 있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은 이러한 ‘하나의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비록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것이라고 해도 트와이스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활동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중국 입장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 기업이 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과실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대만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에 대해 존중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 네티즌의 인내심에 도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마저 “하나의 중국은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네티즌에 사과하는 쯔위. 유튜브 캡처
중국 네티즌에 사과하는 쯔위. 유튜브 캡처
중국 네티즌에 고개를 숙인 쯔위. 유튜브 캡처
중국 네티즌에 고개를 숙인 쯔위. 유튜브 캡처

그러나 쯔위의 사과 동영상이 나간 뒤 이번엔 대만 네티즌이 들끓었다. 더구나 16일은 대만 총통 선거일이었다. 대만의 정체성과 새로운 양안 관계 설정이 대선 쟁점 중 하나였던 상황에서 쯔위의 사과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는 16일 오전 신베이(新北)시 초등학교에서 투표를 마친 뒤 ‘쯔위 사건’과 관련, “많은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심지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 후보는 “중화민국 국민이 국기를 흔드는 것은 국가와의 일체감을 표시하는 행위로 이를 억누르려 해선 안 된다”며 “쯔위는 강압에 의해 본심과는 다른 일(사과)을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대만인의 감정을 심각하게 손상한 이번 사안에 대해 모두가 단결, 일치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젊은층들에게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민진당을 지지해 줄 것을 간접 호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친중 정책으로 비판을 받아 온 국민당으로선 이번 사건이 악재일 수 밖에 없다.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후보도 이날 투표 후 재빨리 “매우 가슴 아프다”며 “대만의 민주와 자유에 자부심을 갖고 국기를 흔드는 친구들과 영원히 같은 편에 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잉주(馬英九) 총통도 “쯔위는 사과할 필요가 없었다”며 “대만 국기를 흔든다고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중국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도 “자국 국기를 흔든 쯔위의 행동엔 아무런 잘못도 없다”며 “대만 국민들은 쯔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쯔위가 해당 논란으로 중국 팬들을 상대로 사과한 것은 소속사가 사업상의 이익을 고려해 내린 판단일 것”이라며 “쯔위가 이번 사건으로 느꼈을 압박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타이베이=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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