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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보약 해초, 한겨울이 최고

입력
2016.01.15 11:00
제주의 해녀들이 바다에서 톳을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의 해녀들이 바다에서 톳을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제주도 해안 마을에선 추운 날씨에도 해초 채취 작업을 하는 마을 사람들의 손길로 분주하다. 사실 해초는 연중 바닷가 얕은 물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추운 겨울에 수확한 해초가 가장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다. 호텔이나 인근 식당에서도 겨울에 1년치 사용량을 구매해서 냉동실에 보관해 사용한다.

요즘에는 모자반이나 미역, 톳 등을 말려서 국수를 밀고 국도 끓이지만 섬의 높은 습도 탓으로 생선처럼 건조시켜 사용하는 방식은 보편화되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고추장보다 된장을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고추 말리기가 어려워 예로부터 고춧가루 자체가 귀했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제주도의 흙은 대략 70%가 화산재로 이루어졌고 자갈과 돌, 바람이 많아 농사 짓기에 알맞지 않다. 구좌의 향당근이나 안덕의 콜라비, 고구마처럼 기후나 환경의 영향을 적게 받는 구황 작물이나 한림, 애월에서 많이 재배되는 브로콜리처럼 키 작은 야채가 주를 이룬다. 이에 비해 날씨만 나쁘지 않으면 해초는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살수도 있어 서민들의 중요한 밑반찬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기국수를 파는 작은 식당에 가도 물미역 초무침이나 톳무침은 빠지지 않고 나온다.

톳은 제주 북동쪽의 김녕이나 남서쪽 모슬포에서 많이 채취되는데 ‘바다의 보약’이라 불릴 만큼 칼슘, 요오드,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짧은 솔잎과 같은 것이 다발로 이어진 묶음과 같다고 해 ‘녹미채’라고 하는데 1~3월 것이 제일 맛 좋다. 톳은 긴 줄기에 가느다란 잎이 여러 개 달려있는데, 오도독 씹히는 식감이 좋아 끓는 물에 1~2분 데쳐 떫은 맛을 빼고 무치면 더욱 맛있다.

말린 톳은 30분 정도 물에 넣어 7~8배 정도 불어났을 때 물기를 빼고 조리하면 되고 가급적 줄기 끝 억센 부위는 제거하고 잎과 줄기의 부드러운 부분만 먹으면 좋다. 톳은 토속적인 맛이 나는 밑반찬으로 된장이나 초장에 무치면 산뜻한 맛을 낸다. 쌀농사가 없었던 제주도의 특성상 불린 쌀과 같이 밥을 지어 양념장에 비벼 먹는 제주 전통식도 별미다.

제주도의 오랜 향토 음식인 몸국의 주재료인 몸은 모자반의 제주 사투리로 가파도와 우도 일대에서 많이 나며 톳보다 조금 늦게 2월부터 채취가 많이 이뤄진다. 거친 바다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후코이단 성분이 많아 항균 작용과 면역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돼지 등뼈를 한껏 우려낸 육수에 얼갈이와 몸을 넣어 메밀가루를 뿌리면 구수한 몸국이 완성되는데 몸이 돼지고기 지방의 체내 흡수를 지연시켜 맛의 균형을 이룬다.

몸국이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지며 몸을 넣은 해물 라면이나 몸 짬뽕 등 변형된 메뉴들도 새로이 선보이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몸은 그 자체의 향이 워낙 강해 웬만해선 다른 식재료와 잘 어울리진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몸이 다른 식재료의 맛을 반감시키거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톳과 함께 2월부터 채취가 이루어져 3월이면 절정에 이르는 것이 표선의 물 미역이다. 육지의 다른 지역보다 점액질이 많아 국 보다는 주로 초무침이나 초장에 찍어먹는다. 한창 수확 철에 해안도로에 길게 늘어놓은 미역 다발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직까지도 서귀포에선 생선 맑은국이나 성게국에 생미역을 넣기도 하는데 끓인 뒤 바로 먹어야지 미역의 퍼진 맛을 피할 수 있다.

서울이나 경기에 위치한 쌈밥을 파는 식당에선 다양한 쌈 야채를 보리밥 등과 제공하는데 제주의 성산포를 비롯한 해안에서는 다시마, 물미역, 묵은지, 콜라비, 데친 양배추 등을 쌈 야채처럼 차리고 쌈장과 함께 곱게 간 자리젓을 내놓는다.

그 외에도 서귀포 올래시장에 단 돈 천원이면 구할 수 있는 우묵을 곱게 채로 내리거나 국수처럼 생긴 꼬시래기를 살짝 데쳐 냉국으로 말아 먹으면 국수 요리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제주 바다의 맛과 향에 취하게 된다.

제주의 해초는 옅은 소금물에 씻으면 잡냄새와 미끈거림이 제거된다. 해초는 칼로리는 낮지만 포만감을 주는 식재료다. 자연 다이어트 음식이다.

해조류의 조리법이 다양하지 못해 아직 관심이 뜨겁진 않지만 조금만 응용하면 훌륭한 음식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겨울철 해조류로 신선한 바다의 맛을 즐겨보자.

이재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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