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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구매 대행한 美 로또, 덜컥 당첨된다면?

입력
2016.01.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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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볼 5게임에 2만원, 국제우편요금 5,000원에 사다드림."

'미국의 로또'인 복권 '파워볼(Powerball)' 당첨금이 역대 세계 최고액을 넘어서면서 미국을 넘어 세계가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당첨금에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면서 파워볼 구매대행 업체를 통한 '은밀한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데요, 꿈도 잃고 돈도 잃는 '위험한 거래'여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파워볼 구매대행? 헛돈 쓰는 일

우리나라 로또처럼 숫자를 맞추는 게임인 파워볼은 1게임 당 2달러(약2,400원)입니다. 국내 구매대행 업체들은 여기에 웃돈을 얹어 국제우편으로 발송해줍니다. 파워볼의 당첨액이 늘어나면서 관심이 커질수록 웃돈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구매대행으로 파워볼을 구입해서 1등에 당첨돼도 상금은 받기 어렵습니다. 파워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파워볼을 공식 판매하고 있는 미국 47개지역(미국령 2곳 포함)에서만 파워볼 구매와 당첨금 환급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복권 판매는 당국의 허가를 받은 곳만 가능하며, 인터넷 사이트나 이메일 등을 통한 온라인 거래는 물론 우편 거래는 제한합니다.

구매대행으로 복권을 판매하는 건 불법입니다. 미국 당국이 복권 해외 반출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국경을 넘어간 복권은 종이조각에 불과합니다. 만약 구매대행으로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된다 가정해도, 당첨금을 수락할 때 대행업체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어 분쟁이 발생하면 당첨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 복권 광풍을 몰고 온 '파워볼'의 잭팟(1등 당첨금)이 15억 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은 12일 한 여성이 샌프란시스코 산로렌조에서 구입한 복권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전역에 복권 광풍을 몰고 온 '파워볼'의 잭팟(1등 당첨금)이 15억 달러를 넘어섰다. 사진은 12일 한 여성이 샌프란시스코 산로렌조에서 구입한 복권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내에서라면 외국인도 OK

미국 현지에서라면 내국인과 외국인에 관계없이 파워볼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도 복권 게임은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세금 부과 기준에 차이가 있습니다. 연방 정부는 미국인에게는 당첨금의 25%를, 외국인에게는 이보다 높은 30%를 세금으로 징수합니다.

국경이 인접한 캐나다에서 파워볼 광풍이 분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내 공식 판매소에서 파워볼을 구매하기 위해 캐나다인들이 국경을 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그러나 구매한 파워볼이 미국 국경을 넘으면 효력이 없습니다. 캐나다 국민이 1등 당첨자임을 인정받으려면 복권 구매 이후 미국 내 안전한 곳에 두고 캐나다로 돌아가든가 당첨 발표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며 확인해야 합니다. 이 규정을 잘 모르는 캐나다인들이 당첨된 복권을 들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갈 때 미국 국경 검문소에서 붙잡히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하네요.

캐나다 퀘벡 주에 거주하는 로버트 샤르보뉴가 국경도시인 미국 뉴욕 주 샹플랭의 한 편의점에서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1,000 달러 어치 파워볼 복권을 구입했다며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퀘벡 주에 거주하는 로버트 샤르보뉴가 국경도시인 미국 뉴욕 주 샹플랭의 한 편의점에서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1,000 달러 어치 파워볼 복권을 구입했다며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리나라의 로또에 적용되는 규정도 미국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나눔로또에 따르면, 로또 복권은 국적에 관계없이 만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도, 관광객도 물론 구입 가능합니다. 공식판매처 이외의 곳에서 로또를 거래하는 행위는 당연히 불법입니다.

지난해 '코리안 드림'을 이룬 외국인 로또 1등 당첨자는 10여명 입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과 동일한 세금방식이 적용됩니다. 3억원이 초과할 경우 33%의 세금(소득세30%, 주민세3%)을 내야 합니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경우 소속 국가와 체결된 조세협약에 따라 세금 부과율이 결정됩니다.

세계경제가 오랜 불황에 시달리는 탓일까요. 지구촌 곳곳에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파워볼 주인공 탄생 여부는 오는 13일 오후 10시59분(현지시간) 판가름 납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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