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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 칼럼] 야당의 분열과 한국민주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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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를 맞았다. 새해엔 덕담으로 시작하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한국정치는 덕담으로 넘어갈만큼 한가하지 않다. 특히 올해는 20대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선거가 한국정치의 고질적 문제와 도전을 해결할 시초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정치는 두 가지의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그 하나는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고질적인 지역주의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정치경제 모델의 정립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정치의 근간인 지역주의가 이미 깨지는 징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야당의 분열상이 그것이다. 야당 분열 그 자체를 보면 상당히 한심한 측면이 많다. 국민들의 근심이나 걱정을 덜어 줄 정책이나 아이디어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세력 다툼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의 분열은 단기적으로는 꼴불견이지만 중ㆍ장기적으로 한국 지역주의 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세계화된 경제 속에 국민들은 하루 하루를 불안하게 지내왔지만 지역주의 정치는 너무 오랫동안 이를 외면해 왔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야당 분열의 이면에는 단순한 세력 다툼을 넘어 이러한 지역주의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주의로 큰 이득을 얻지 못한 호남지역에서 분열이 시작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야당의 분열은 총선에서 소수 다당의 출현을 가져 올 것이다. 이러한 야당의 분열은 최소한 지역 정당을 초월한 정책 정당의 싹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여당 내에서도 정책을 중심으로 한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분열은 한국 민주주의 체제가 이루지 못한 한국경제 체제의 심각한 문제로 인해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비교적 양호한 경제 여건 속에 출발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에 희망을 갖게 했으나 1990년대 말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사회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맞았다. 하지만 지역주의에 찌든 한국정치는 위기를 활용하여 약자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한국 정서와 맞는 경제 모델 창출에 실패했다. 노사 갈등의 악화가 바로 그 좋은 실례다.
현재 한국의 정치경제 모델은 장기적 비전 없이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채 불안 속에 하루 하루 표류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미시적으로 새로운 제도가 많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시적으로 한국정치경제 모델의 성격은 불명확하고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모델 창출 실패의 이면에서 지역주의가 큰 몫을 했다. 한국 지역주의는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지역주의를 언급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주의는 개인 보신주의로 나가게 되고 이슈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타협보다는 감정적 충돌을 유발해왔다. 국민과 국가 전체를 위한 논의가 불가능하게 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장기적인 비전을 위한 국민적 합의는 불가능했고 이는 마치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됐다.
올해 총선이 야당의 분열로 시작하여 정책 정당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런 변화들은 정책 정당이 얼마나 큰 규모로 출현할 것인가에 관계 없이 한국사회에 지역주의에 질식되어 잠복되어 있던 각종 다른 사고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년간 한국사회는 상당히 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정치적 상품의 결여로 인해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만연했다. 만약 야당의 다당화를 통해 볼거리 있는 정치상품이 나온다면 비록 그 상품들이 양질이 아니더라도 분화된 한국사회의 이익과 인식을 여과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 정당의 시발을 통해 지역주의에 질식돼온 지난 30여 년 민주화에 숨통이 틔워지고, 다수 대중이 소외된 정치가 변하며, 대중과 사회와 연계된 진정한 정치과정이 수립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 정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내용적으로는 지역주의의 허울을 쓴 빈 껍데기 보수와 진보 속에서 국민과 겉도는 정치를 지속해 왔다. 올해 총선이 한국 정치가 이슈 정당을 바탕으로 한 민주정치의 과정으로 돌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 워싱턴대 잭슨스쿨 한국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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