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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 복직 합의했지만 '미완의 해피엔딩'

입력
2015.12.31 04:40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에서 진행된 조인식을 마치고 최종식(가운데) 사장, 홍봉석(오른쪽) 쌍용차 노조위원장, 김득중(왼쪽)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이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쌍용차 제공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에서 진행된 조인식을 마치고 최종식(가운데) 사장, 홍봉석(오른쪽) 쌍용차 노조위원장, 김득중(왼쪽)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이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쌍용차 제공

“복직 결정이 났다고요? 아직은 ‘해고자 복직에 노력한다’는 문구일 뿐입니다. 회사가 복직을 시키지 않으면 또 싸워야 하니 이제 시작이죠.”

30일 홍봉석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 등 노ㆍ노ㆍ사 대표가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조인식을 가지면서 6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갈등의 고리 하나가 풀렸다. 이날 합의 내용은 해고자 전원 복직, 쌍용차 정상화, 회사가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철회, 사망 해고자의 유가족 지원 등이다. 지난 1월 21일 이들 4대 의제에 대해 교섭하기로 합의한 이후 11개월간 협의한 내용들이다. 최 사장은 “정리해고 문제를 6년 만에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기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은 오히려 앞날을 더 걱정했다. 쌍용차는 2009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전체 인력의 37%인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77일간 평택공장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옥쇄 파업을 진행했다. 이후 노사는 무급휴직 등 회사에 남는 인원 48%, 희망퇴직 등 회사를 떠나는 인원 52%로 합의했다. 당시 끝까지 회사에 남아 파업에 참여한 187명은 정리해고 됐다.

문 지회장은 해고자 중 한 명이다. 그는 2012년 11월 20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과 평택공장 인근 30여m 높이의 송전탑에 올랐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겨 이듬해 3월 15일 내려올 때까지 116일간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회사와 싸움을 벌여온 지 6년 동안 동료와 가족 28명이 정리해고 후 세상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도 경제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럴수록 문 지회장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가족을 돌볼 겨를도 없었다. 그는 7년을 떨어져 지내온 가족들에게 “미안한 감정밖에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날 노ㆍ노ㆍ사는 2009년 해고자 187명 중 복직 희망자 150명을 2017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복직시키는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회사가 인력을 충원할 때 해고자, 희망퇴직자, 신규채용자의 비율을 각각 30%, 30%, 40%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직 대상자가 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법적 소송을 취하하면 회사도 손배 소송과 가압류를 즉시 풀기로 했다. 또 구조조정 대상자 중 사망자의 유족 지원과 해고자 복직 시까지 생계비 지원을 위한 희망기금 15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합의안에 해고자 복귀 시점과 규모를 명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내부 불만이 많다. 따라서 합의가 성실하게 이행되지 않으면 그만큼 큰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홍봉석 위원장은 “합의가 충실하게 이행되도록 노동조합에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 당시 쌍용차 지부장이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복직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해고자 복직 명단에 한 위원장의 이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해고한다’는 사규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2009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3년형을 받은 것은 회사와 갈등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 예외로 할 수 있어도 지난달 13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주도와 관련해 징역형을 받으면 복직이 어려울 수 있다”며 “형이 확정될 경우 사내 복직점검위원회에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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