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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법비상사태 부르는 무책임과 정치력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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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비상사태가 기어코 벌어질 모양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국회의원 선거구 구역표’의 효력을 올해 12월31일까지로 한정했다. 이제 딱 이틀 남았다. 내일까지 새롭게 선거구를 조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현행 246개 선거구가 법적으로 무효가 되어 큰 혼란을 피할 수 없다.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절충점을 찾지 못하는 여야의 무책임과 정치력 부재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달 15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한 정치 신인들의 피해가 크다. 새해 1월1일 0시를 기해 현행 선거구가 무효화 되면 자동으로 예비후보 자격이 상실된다. 그에 따라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및 홍보물 발송, 문자메시지 및 전자우편 발송 등 제한적 선거운동 기회가 사라진다. 애써 구성한 후원회도 해산해야 하고, 모은 후원금이 있다면 전액 국고에 돌려줘야 한다. 현역의원들은 선거구가 무효화한 상황에서도 의정활동이란 명목으로 자신을 선전할 기회가 많다. 후원회도 그대로 유지된다. 그렇지 않아도 현역의원들에 비해 불리한 정치신인들로선 기가 막힌 상황이다.
극적 반전이 없는 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미 예고한 대로 직권상정이라는 특단조치를 통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정 의장은 27일 여야 협상이 결렬된 뒤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 54석을 기준으로 획정안을 마련해 직권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를 7석 늘리기로 한 방안에 비해 농촌지역 선거구가 훨씬 많이 줄어들게 된다. 여야에 극적인 합의를 압박하는 의도로 보이지만 농촌지역 의원들의 극심한 반발을 부를 게 뻔하다. 어쨌든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월8일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선거구획정을 마무리하면 그나마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 의원 다수가 직권상정된 안에 반대표를 던진다면 부결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여야는 지난 한달 동안 8차례의 협상에서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려 농촌지역 의석수 감소를 최소화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표의 등가성 제고와 사표 방지 방안을 놓고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당초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안에서 이병석 정개특위위원장의 중재안인 균형의석제로, 다시 소수정당에 5석을 보장해주는 최소의석제로 물러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것조차 선거구 획정과 무관한 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양당체제의 기득권 구조를 지키려는 협량(狹量)이 아닐 수 없다. 집권여당이자 다수당으로서 다소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정치발전 차원에서 양보함으로써 입법비상사태의 혼란을 최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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